소주의 원료인 주정(에탄올) 가격이 10년 만에 7.9%(200ℓ당 35만1203원→37만8987원) 오르면서 소주 가격 인상이 예고되고 있다. 여기에 병마개도 14.50원(12만 개짜리 박스 기준), 15.36원(4500개 박스 기준)에서 2.5원(약 17%) 오르면서 소주 출고가가 60~70원 오를 것(국제신문 지난 9일자 14면 보도)으로 전망된다. 주정에 이어 병마개가 소주 출고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병마개의 세계’에 대한 관심이 커져가고 있다.

대선주조 기장공장에서 대선소주가 생산되고 있다. 병마개가 부착되지 않은 병에서 타전기를 거치면 병마개가 부착된다. 유정환 기자

15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이 병마개로 세금을 매기는 ‘병마개납세증명제도’를 도입한 것은 1972년부터다. 주류 생산업체에 공급하는 마개의 개수를 관리해 탈세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국세청은 주류업체에 납품된 병마개 중 불량품을 빼내 세금을 매긴다. 국세청으로부터 인증받았다는 표시는 병마개 윗부분 양쪽에서 아래로 흘러내리도록 새겨져 있다. 육안으로는 자세히 봐야 볼 수 있다.

병마개는 주류회사가 아니라 국세청으로부터 인증받은 병마개 제조사만 생산할 수 있다. 소주병에 사용되는 알루미늄 마개와 패트병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마개를 모두 제작하는 곳은 삼화왕관㈜(경기 안산시)과 세왕금속공업㈜(경북 영천시) 두 곳뿐이다. 나머지 ▷CSI코리아㈜ ▷신성이노텍㈜ ▷㈜두일캡 ▷영진SP공업㈜ ▷㈜현우기술연구 ▷삼천상사 등은 패트병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마개만 만들어 전체적인 비중은 높지 않다.

삼화왕관은 하이트진로에 대부분의 물량을 공급하고 롯데주류에도 일부 납품한다. 세왕금속공업은 롯데주류의 물량을 비롯해 대선주조 무학 등 나머지 주류회사의 병마개를 생산하는데 하이트진로의 전국 마켓셰어가 50%에서 66~67%까지 오르면서 하이트진로 물량 일부도 생산하고 있다. 연간 총 110억 개의 병마개가 생산되는 가운데 삼화왕관이 약 57억 개를 생산하는 등 두 회사의 생산 비율은 6대 4로 알려졌다.

하이트진로의 2-스플릿 진로 병마개. 유정환 기자

병마개를 딸 때 뜯겨지는 끝단 철사는 애초 나선형으로 빙빙 비틀려 길게 뜯어지는 방식인 ‘1-스플릿(split)’에서 2년 전 두 갈래로 뜯겨지는 ‘2-스플릿’으로 변경됐다. 대선주조 기장공장 공장장인 차재영 상무는 “1-스플릿은 딸 때 힘이 가장 많이 들고, 2-스플릿은 그 다음으로 힘이 들지만 병뚜껑을 딸 때 ‘따닥’하는 소리가 나면서 따는 맛이 있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3-스플릿, 5-스플릿도 연구는 했지만 딸 때 소리가 나지 않아 실제 제품에 적용되지는 않았다. 현재 대선은 2-스플릿 제품을 100% 사용하고 있다. 2-스플릿 방식의 장점은 또 있다. 기존 1-스플릿 마개는 잔해 일부가 병에 남는 경우가 많았다. 이럴 경우 불량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생산현장에서 송곳으로 뜯어내야 해 별도 인력을 둬야 했다. 하지만 2-스플릿은 잔해가 남지 않아 인건비 절감에도 도움이 된다.

병마개 내부 바닥에 적힌 숫자는 병마개 제조회사의 라인 번호다. 불량이 나왔을 때 해당 제조라인을 쉽게 찾기 위한 목적으로 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