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금리 역전·환율도 고려한 듯
- 이 총재 “0.25%P씩 점진 인상”
- 연내 2.50~2.75%까지 오를 듯
- ‘영끌족’ ‘빚투족’ 벼랑끝 내몰려
- 자영업자·中企 수익성 악화 우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3일 사상 최초로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높이는 빅스텝을 밟은 것은 높은 물가 상승률을 잡는 동시에 한미 간 금리 역전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한 취지가 담겼다. 지난해 8월 이후 금리가 총 1.75%포인트 오르면서 대출 이자가 10개월 새 24조 원가량 높아져 가계는 물론 기업의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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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가 13일 서울 한국은행 브리핑실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회의 결과를 설명한 뒤 물을 마시고 있다. 한은은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50% 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밟았다. 연합뉴스 |
■사상 첫 빅스텝 단행 이유는
한은 금통위가 빅스텝을 단행한 것은 인플레이션 우려가 그만큼 위험하다는 반증이다.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국제 원자재·곡물 가격 상승 등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6.0%나 뛰었다. 기대인플레이션율도 지난달 3.3%에서 3.9%로 올랐다. 물가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지면 경제 주체들도 상품·서비스 가격을 올려 상승 추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과 미국 간 금리 역전이 임박한 점도 빅스텝의 주요 요인이다. 미국은 지난달 14~25일(현지시간) 연방준비제도(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28년 만에 처음으로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아 양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0.00~0.25%포인트로 좁혀졌다. 하지만 연준이 오는 26, 27일 또다시 자이언트스텝에 나선다면 미국의 기준금리가 0.00~0.25%포인트 높아지는 역전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원화의 기준금리가 기축통화인 달러보다 낮아지면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도 급격하게 떨어진다. 원화 약세 탓에 수입 물가 상승이 국내 물가 급등세에 기름을 부을 수도 있다. 이와 관련,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과거에도 세 차례 금리 역전이 발생한 적이 있어 역전 자체가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 기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올 연말까지 세 차례(8, 10, 11월) 남은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최소 한두 차례 금리 인상에 나서 연말에는 2.50~2.75%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현재로서는 유력하다.
■불어난 이자에 가계·기업 좌불안석
한은의 가계신용(빚) 통계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가계대출은 1752조7000억 원이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상 5월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 가운데 변동금리 비중은 77.7%다.
따라서 은행 외 금융기관의 변동금리 비중이 같다고 봤을 때 한은의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되고 대출금리가 그만큼만 오르면 가계대출자의 이자 부담은 3조4046억 원 늘어난다. 지난해 8월 이후 기준 금리가 1.75%포인트 상승한 것을 고려하면 10개월 동안 늘어난 이자총액만 23조8323억 원가량으로 추산된다. 1인당 이자 추가 부담액은 112만7000원에 달한다. 2년 전 초저금리를 활용한 ‘영끌족’과 ‘빚투족’은 올해 말 상환액이 30% 이상 급등하는 경우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자영업자와 기업 이자도 급등해 9월 금융지원이 끝나면 은행 등 대출손실이 현실화될 전망이다. 대한상공회의소의 분석에 따르면 한은이 0.50%포인트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기업의 대출이자 부담은 약 3조9000억 원 늘어난다.
문제는 올들어 증가세가 주춤한 가계대출과 달리 기업대출은 빠르게 불어난다는 점이다. 5대 은행의 6월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673조7551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37조8672억 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은 709조529억 원에서 699조6521억 원으로 줄었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금융지원으로 가려진 기업 대출의 손실이 드러나면, 국내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은 최대 1.4%포인트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