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만 29시간에 열흘 이상 이어지는 쉽지 않은 여정이지만 2030부산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를 유치하는 데 도움이 되겠다 싶어 두 팔 걷고 나섰습니다.”

카리브지역 국가 장·차관, 카리브국가연합(ACS) 사무총장 등이 지난해 말 부산 북항 재개발 홍보관을 찾은 모습. 국제신문 DB

부산지역 수출기업 5개 사가 엑스포 표심을 다지러 중남미 카리브해 인근 5개국을 방문한다. 베네수엘라 북동쪽 트리니다드 토바고에서 북쪽 카리브해 방향으로 나란히 자리한 섬나라들이다. 경유 1, 2회를 포함해 비행에만 편도 29시간이 걸린다. 항공료도 자비로 2000만 원을 내야 하는 데다 회사를 열흘 이상 비워야 해 부담스러운 일정이기도 하다. 특히 이들 5개국이 포함된 ‘카리브해공동체(CARICOM)’는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낸 곳이어서 마음을 돌려야 하는 ‘특별임무’도 수행해야 한다.

한국무역협회 부산지역본부는 2030엑스포 유치·홍보를 위한 민간경제협력사절단으로 무역협회 구자열 회장과 부산 수출기업 5개 사가 25일 중남미 카리브해로 출국한다고 22일 밝혔다. 오는 25일부터 3월 12일까지 14박16일 일정으로 그레나다, 세인트빈센트그레나딘, 세인트루시아, 앤티가 바부다, 세인트키츠네시브 등 카리브해 인근 5개국을 도는 강행군이다. 사절단에는 대헌(강철호 대표) 동광무역상사(이상훈 대표) 오션엔텍(송해화 대표) 동서피앤엘(조부래 대표) 코닥트(심술진 대표) 등 부산지역 5개 사가 함께한다. 일정상 3개 기업은 3개국, 나머지 2개 기업은 5개국 전 일정을 소화한다.

이들 기업이 방문하는 국가는 모두 섬나라다. 인구는 세인트키츠네비스가 5만 명으로 가장 적고 ▷앤티가 바부다 9만 명 ▷세인트빈센트그레나딘 10만 명 ▷그레나다 11만 명 ▷세인트루시아 18만 명 등 모두 5만~20만 명 내외다. 한 나라 인구가 부산의 1개 구 인구와 맞먹는다. 국토 면적은 세인트루시아가 서울과 비슷하다.

사절단을 이끄는 구자열 단장과 부산 기업인들은 5개국 총리·외교장관과 면담하고 윤석열 대통령 친서를 전달한 뒤 엑스포 유치 지지를 요청할 계획이다. 부산시의회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특별위원장이기도 한 강철호 대헌 회장은 “섬나라를 계속 옮겨 다녀야 하는 등 쉽지 않은 여정이 이어지겠지만 부산에서 개최될 엑스포를 상상하며 참가를 결정했다”며 “방문하는 국가는 인구는 적지만 미국과 마찬가지로 엑스포 개최국 결정에 1표를 행사한다. 표를 잘 만들어 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다만 강 회장은 시의회 개회를 준비해야 해 아쉽지만 다음 달 6일까지 3개국에서 활동한 뒤 국내로 돌아올 예정이다.

이번 사절단에 초청받았지만 건강상 이유로 불참하게 된 이남규(광명잉크제조 대표) 한국무역협회 부산기업협의회장은 “부산을 아끼고 사랑하는 향토 무역 기업인들이 2030엑스포 유치를 위해 자발적으로 뭉쳐 의미가 있다”며 “사절단 파견이 엑스포 유치에 큰 도움이 되도록 부산 무역업계도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부산 5개 기업은 김해공항에서 오는 25일 오전 5시30분께 출정식을 한 뒤 인천공항에서 구 단장 등 일행과 합류할 예정이다. 출국 때는 미국 뉴욕과 마이애미를 잇따라 경유해 그레나다로 이동하며, 귀국 때는 미국 애틀랜타를 거친다.

우리나라는 이들 5개국에 자동차를 비롯한 소비재를 주로 수출하고 수산물 등 1차 산품을 수입한다. 교역액은 세계 전체의 0.002%에 불과하지만 이번 사절단 방문으로 민관 협력 사업 추진을 통해 경제 교류를 확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