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껴 쓴 논문으로 연구·개발(R&D) 세제 혜택을 받거나 허위 연구소를 설립해 세액을 공제받는 등 악의적으로 조세의무를 회피한 ‘간 큰’ 기업 860여곳이 과세 당국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음. 연합뉴스

국세청은 20일 연구·인력 개발비와 관련한 부당 세액공제 혐의를 분석·검증한 결과 지난해 864개 기업을 적발해 총 270억 원을 추징했다고 밝혔다.

추징액은 전년(144억 원)보다 126억 원(87.5%) 늘었다. 2021년(27억 원)과 비교하면 불과 3년간 10배 급증했다.

국세청은 “관련 제도를 악용한 조세회피 행위가 근절되지 않아 추징 규모가 매년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날 국세청이 공개한 주요 사례를 보면 재활의학 병원인 A 기업은 R&D 활동에 지출한 연구원 인건비 수천만원으로 연구·인력 개발비 세액공제를 신청했다.

그러나 과세 당국이 A 기업의 연구보고서 등을 검토한 결과 타인의 논문을 인용하거나 재활치료 사진을 모방한 것으로 드러났다. 베껴 쓴 논문 등으로 R&D 활동을 가장한 것이다.

사후 관리 과정에서는 컨설팅 업체를 끼고 기업의 연구 노트 등 연구 증거서류 등을 대리로 작성받은 정황도 포착됐다.

교육서비스업을 하는 B 기업은 일반 직원을 연구원으로 허위 등록했다. 기획·홍보·교육 등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일반적인 사업 활동을 수행한 강사나 관리직원을 ‘연구원’으로 위장한 것이다.

이를 통해 B 기업은 인건비 세액공제를 신청했다. 하지만 과세 당국에 적발돼 수천만원을 추징당했다.

국세청은 “선의의 납세자가 세액공제 대상에 해당한다고 생각해 공제 신청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악의적인 부당 공제 행위도 매년 끊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세청은 ‘연구·인력 개발비 세액공제 사전심사 제도’를 통해 적정 여부를 사전에 확인해주고 있다”며 “법인세 신고(오는 3월 말)와 소득세 신고(5월 말) 전에 가급적 빨리 사전심사를 신청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