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2년 한국의 나랏빚이 7000조 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왔다. 지금보다 6배 가까이 많은 수준이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제자리걸음을 걷게 되고, 국민연금 곳간은 2057년 완전히 고갈된다. 다만 저출생 문제를 극복하면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적지 않게 낮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기획재정부가 입주한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전경. 연합뉴스

●2072년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173%

국회예산정책처는 23일 ‘2025~2072년 장기재정전망’ 보고서에서 이 같은 전망을 내놨다.

예정처는 실질 GDP 성장률이 올해 2.2%에서 2072년 0.3% 수준으로 떨어진다고 추계했다. 현 법령·제도 유지를 전제로 한 전망이다.

국가채무는 현재 1270조4000억 원에서 2072년 7303조6000억 원으로 5.7배 급증할 것으로 추계했다. 연평균 증가율은 3.8%다. 국가채무는 정부의 상환 의무가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나랏빚’으로 불린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올해 47.8%에서 2040년 80.3%, 2050년 107.7%, 2060년 136.0%, 2072년 173.0%로 가파르게 증가한다.

2050년 무렵이 되면 한국에서 생산된 생산물을 전부 현금화하더라도 나랏빚을 갚을 수 없는 수준이 되는 것이다.

나랏빚 폭증은 생산연령인구 감소와 고령인구 증가 등 인구구조 변화에 기인한다. 이로 인해 정부 수입보다 지출이 더 많이 늘어나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 15~64세 생산연령인구는 현재 3591만 명에서 2072년 1658만 명으로 급감하는 반면 같은 기간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1051만 명에서 1727만 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는 5168만 명에서 3622만 명으로 줄어든다.

이런 흐름 속에서 정부 총수입은 올해 650조6000억 원(GDP 대비 24.5%)에서 2072년 930조2000억 원(GDP 대비 22.0%)으로 연평균 0.8%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측됐다.

이 기간 총지출은 676조3000억 원(GDP 대비 25.5%)에서 1418조5000억 원(GDP 대비 33.6%)으로 연평균 1.6% 증가한다.

국회예산정책처 제공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올해 25조7000억 원(GDP 대비 -1.0%)에서 2072년 488조3000억 원(GDP 대비 -11.6%)으로 폭증할 전망이다.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기금(국민연금·사학연금·고용보험·산재보험) 재정수지를 뺀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85조5000억 원(GDP 대비 -3.2%)에서 270조7000억 원(GDP 대비 -6.4%)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계됐다.

●2057년 국민연금 기금 완전히 ‘바닥’

아울러 예정처는 사회보장성 기금과 관련해서도 “인구구조상 지출은 꾸준히 늘어나지만 수입은 특정 시점에 정점을 찍은 뒤 점차 감소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우려했다.

국민연금기금의 경우 누적 적립금은 2039년 1936조9000억 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40년부터 지출이 더 많은 적자 상태에 돌입해 2057년에는 완전히 소진될 것으로 예정처는 전망했다.

특히 2072년 기준으로 국민연금의 누적 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2899조4000억 원으로, GDP 대비 60.9%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사학연금기금 누적 적립금은 이보다 더 빠른 2027년 28조2000억 원으로 최고점을 기록한 뒤 2028년부터 적자로 전환해 2042년에는 곳간이 텅 빌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예정처는 향후 인구가 추계보다 덜 줄어든다면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을 10%포인트 가까이 낮출 수 있다고 분석했다.

2072년 인구를 전체 보고서의 기본 가정인 ‘중위’ 시나리오보다 660만 명이 더 늘어나는 ‘고위’로 가정할 경우 국가채무 비율은 9.7%포인트 낮아진 163.2%로 완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달리 인구가 605만 명이 적은 ‘저위’ 시나리오로 보면 국가채무 비율은 9.0%포인트 오른 181.9%가 될 것으로 관측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