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사진)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삼성 임원들을 대상으로 “삼성다운 저력을 잃었다”고 질책하며 “경영진부터 철저히 반성하고 ‘사즉생’의 각오로 과감하게 행동할 때”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2심 공판 최후진술에서 “최근 들어 삼성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언급하긴 했지만, 이번에 ‘사즉생’까지 언급한 것은 그만큼 현재 삼성이 처한 복합 위기 상황이 기업의 생존이 달릴 정도로 심각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임원을 대상으로 한 세미나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이 회장의 메시지를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지난달 말부터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 계열사의 부사장 이하 임원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삼성다움 복원을 위한 가치 교육’을 하고 있다. 해당 영상은 연초 전체 사장단 세미나에서 공개한 신년메시지 영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회장은 메시지를 통해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생존의 문제’에 직면했다”며 “경영진부터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21세기를 주도하며 영원할 것만 같았던 30개 대표 기업 중 24개가 새로운 혁신 기업에 의해 무대에서 밀려났는데 이는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변화에 제때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남의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우리 경제와 산업을 선도해야 할 삼성전자는 과연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가”라고 반문한 뒤 “전 분야에서 기술 경쟁력이 훼손됐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위기라는 상황이 아니라 위기에 대처하는 자세”라며 “당장의 이익을 희생하더라도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반도체주 업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과 인공지능(AI) 랠리 재개 기대감이 겹치며 전장 대비 5.30% 오른 5만760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