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이 지난 1월 임시 주주총회에 이어 28일 열린 정기 주총에서도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28일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 호텔에서 열린 제51기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에서 노조원들과 관계자들이 주총장 밖에서 대기하고 있다. 공동취재

전날 밤 최대 주주인 영풍은 주식 배당을 통해 유통 주식을 늘리는 방식으로 ‘의결권 되살리기’에 나섰으나 최 회장 측인 SMH가 장외 매수 방식으로 영풍 주식을 사들여 다시 영풍 주식의 의결권을 막았다.

고려아연은 28일 서울 용산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정기 주총에서 박희덕, 김보영, 권순범, 제임스 앤드루 머피, 정다미, 권광석, 강성두, 김광일 후보(득표수 순)를 이사로 선임했다.

이 가운데 박희덕, 김보영, 권순범, 제임스 앤드루 머피, 정다미 후보는 고려아연 경영진이 추천한 후보다. 권광석, 강성두, 김광일 후보는 MBK 파트너스와 영풍 연합이 추천한 인사다.

앞서 고려아연은 이사 수를 19인으로 제한하는 의안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최 회장 측 인사가 이사회에 11명, MBK·영풍 연합은 4명이 됐다. 이사 수 상한은 19인이지만 28일 주총에서 재선임된 인원을 포함하면 총 15인이 이사회 이사 구성원이다.

고려아연은 이날 오전 주총을 시작하며 영풍 의결권을 제한했다. 고려아연 자회사인 SMH(선메탈홀딩스)가 영풍 지분 10.03%를 보유해 상호주 의결권 제한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한국 상법에서는 회사나 그 자회사가 모회사 지분 10%를 초과해 갖고 있으면 그 모회사가 회사에 갖는 의결권은 행사할 수 없다. SMH가 28일 영풍 주식을 추가로 확보하며 다시 10%를 넘겼기 때문이다.

‘영풍-고려아연-SMH-영풍’이라는 상호주 관계가 생긴 것이다. 영풍은 고려아연 지분 25.42%를 갖고 있고, 이는 별도의 유한회사를 만들어 넘긴 상태지만 주주명부 폐쇄로 인해 이번 정기 주총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와 관련, 영풍은 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설 전망이다.

이날 고려아연은 ‘이사 수 19명 상한’ 의안은 출석 주주의 의결권 가운데 71.11%가 찬성해 특별 결의 요건을 넘겼다. 또 최 회장 측은 이날 추천한 이사 5명도 모두 새로 선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