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중요 서버 해킹 사고를 낸 SK텔레콤을 향해 가입자들이 탈퇴하거나 번호 이동을 할 때 위약금을 면제하라고 압박했지만, SK텔레콤은 “검토 중”이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SK텔레콤 유영상 대표이사(왼쪽에서 세 번째)를 비롯한 관련 임원들이 지난 2일 열린 브리핑에서 고객에게 사과했다. SK텔레콤 제공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의원이 6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SK텔레콤은 2015년 고객 귀책 여부와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위약금을 부과하는 약관을 운영하다 약관법 위반 지적을 받고 자진 시정했다.

참여연대가 당시 SK텔레콤 불공정 약관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약관에는 고객이 약정기간 중 계약을 해지하면 귀책 여부와 무관하게 위약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서비스 변경이나 계약 위반이 사업자 귀책이라 해도 소비자가 일방적으로 손해를 부담하도록 돼 있었다는 게 최 의원 설명이다.

공정위는 당시 “사업자의 귀책 사유가 있는 경우에도 위약금을 납부하도록 하고 있다. 타당한 이유 없이 고객에게 부담시키는 조항으로 약관법 제9조 제4호에 해당해 무효”라고 판단했다. 이후 SK텔레콤은 문제가 된 약관 조항을 자진 수정했다.

SK텔레콤은 현재 약관 조항인 ‘회사의 귀책 사유로 인해 해지하는 경우 위약금을 면제할 수 있다’는 조항을 만들었다.

지난달 30일 국회 청문회에 출석한 SK텔레콤 유영상 대표이사는 해킹 사태에 대한 책임이 SK텔레콤에 전적으로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번호이동이나 탈퇴 시 위약금 면제 여부에 대해 “내부의 종합적 검토가 필요하다”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SK텔레콤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이미 바닥으로 추락했다.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SK텔레콤의 뼈를 깎는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측은 6일 번호이동이나 서비스 탈퇴 시 가입자의 위약금에 대한 면제 여부에 대해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희섭 SK텔레콤 PR 센터장은 “위약금에 대한 단순한 법적 검토뿐 아니라 유통망 또는 고객 대응 등 고려할 부분이 많아 논의하고 있다. 내부에서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어 정해지는 대로 밝히겠다”고 말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오는 8일 SK 최태원 회장, SK텔레콤 유영상 대표이사를 증인으로 불러 SK텔레콤 해킹 사태에 대한 청문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SK텔레콤이 서버 해킹으로 인한 2차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유심 보호 서비스에 6일 오전 9시 현재 알뜰폰 이용자 포함 2411만 명이 가입했고 104만 명이 유심을 교체했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가입자 2300만 명과 SKT 망을 쓰는 알뜰폰 가입자 200만 명 가운데 해외 로밍 서비스를 써야 해서 유심 보호 서비스에 자동 가입하기 어려운 이들을 제외하면 7일까지 대상자 대부분을 자동 가입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SK텔레콤은 오는 14일부터는 유심 보호 서비스와 해외 로밍을 동시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개발 중이다. 유심 교체 예약 신청자는 전날인 5일과 이날 오전 9시까지를 합해 10만 명이 추가되면서 누적 780만 명이 교체를 예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