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한국 상호관세 부과(8월 1일) 조치가 임박한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라는 이름을 붙인 수십조원 규모의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를 미국에 제안했다.

25%로 예고된 상호관세율을 낮추기 위해 사실상 히든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풀이된다.

김정관(오른쪽)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상무부 회의실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과 면담을 갖고 한미 관세협상 진전과 산업 분야 협력 강화방안을 논의했다. 산업부 제공

28일 통상 당국에 따르면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25일(현지시간)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의 뉴욕 자택에서 한·미 산업장관 협상을 갖고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의 마스가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이 프로젝트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대표적 정치 구호인 마가(MAGA)에 조선업을 뜻하는 ‘Shipbuilding’을 더해 이름이 붙여졌다. 한국 민간 조선사들의 대규모 대미 투자와 이를 뒷받침할 대출·보증 등 금융지원을 포괄하는 패키지로 구성됐다.

마스가 프로젝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 중인 ‘미국 조선업 재건’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쇠락한 미 조선업을 다시 활성화하려면 한국 조선사들의 대규모 현지 투자가 수반돼야 하는데, 우리 정부가 공적 금융 등을 투입해 이를 체계적으로 뒷받침한다는 게 기본 구상이다.

실제 이 프로젝트와 관련한 금융 지원에는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무보) 등이 참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원 규모는 수백억달러, 한화로 수십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다만 우리 정부는 향후 대미 협상 과정에서 구체적인 금액이 조정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

김 장관은 러트닉 장관 자택에서 이뤄진 협의 때 미리 준비한 패널을 보여주면서 마스가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관세 협상 타결의 ‘키맨’으로 여겨지는 러트닉 장관도 우리 측 제안에 상당히 만족스러워하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이런 계획은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대한국 상호관세 부과가 임박한 상황에서 일본과 유럽연합(EU) 등이 상호관세율을 대폭 낮추는 내용의 무역 협상을 잇따라 타결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턴베리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회동한 뒤 당초 30%로 예고했던 EU에 대한 상호관세를 15%로 부과하기로 하는 등 무역 협상을 타결했다. 한국에 상당한 압박을 줄 수밖에 없는 결과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일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