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소득·자산 제한 없이 모든 무주택자가 전세로 저렴하게 장기간 거주할 수 있게 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든든전세주택’ 공급이 수도권에만 집중됐다는 지적이 나오자 부산도 처음으로 대상에 포함했다. 그러나 배정 물량을 보면 서울(323가구), 인천(224가구), 경기(145가구)와 달리 전체 700가구 중 부산은 8가구에 그쳐 ‘생색내기용’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17일 국토교통부는 올해 9월 700가구(8차), 12월 700가구(9차) 등 두 차례에 걸쳐 든든전세주택 1400가구를 공급한다는 일정을 확정했다. HUG는 지난해 7월(1차)부터 올해 6월(7차)까지 1550가구를 공급했다. 평균 경쟁률 90대 1, 최고 경쟁률이 4087대 1을 기록할 만큼 수요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서울 804가구, 인천 476가구, 경기 270가구 등 모든 물량이 수도권에 배정돼 정부가 지역을 외면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와 관련, 김희정 의원(국민의힘·부산 연제)은 지난해 7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 같은 점을 거론하며 부산을 비롯한 지방으로도 사업을 확대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당시 김 의원은 “HUG가 부산에 본사를 두고 있는 만큼 적극적인 태도로 지방에서의 사업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HUG 측은 사업의 성과가 좋고 시장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면 그럴 계획이 있다고 답변했다. 이어 같은 해 9월 경매가 진행된 부산 전세보증사고 주택을 입찰해 낙찰받는 등 공급 확대를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이번 8차 모집에는 최초로 부산도 든든전세주택 공급 대상지에 이름이 올랐다. 지역사회에서는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물량이 너무 작은 점을 고려하면 정부가 끼워넣기 방식으로 부산의 성난 여론을 달래기 위한 정책을 하는 것이 아니냐고 비판한다. 부산은 정부로부터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은 사람이 지난 8월 말을 기준으로 할 때 3597명(전국 4위)에 이르는 데다 HUG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사고액도 적지 않은 만큼 든든전세주택이 더 많이 배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 측은 “경매 절차 단축 등 제도 개선을 통해 공급 속도를 높일 계획”이라며 “지방 물량도 더 확대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든든전제주택 제도는 HUG가 집주인 대신 전세금을 갚아준 주택을 직접 경매 낙찰받은 뒤 입주자 부담이 덜한 전세로 공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입주자는 공공이 집주인이어서 전세금 미반환 걱정 없이 주변 시세 대비 약 90% 수준의 보증금으로 최장 8년간 살 수 있다. 또 HUG는 대위변제한 주택의 소유권을 직접 확보해 임대 운영하기 때문에 재무 건전성을 회복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8차 입주 희망자들은 19일부터 HUG 안심전세포털(https://khug.or.kr/jeonse)을 통해 모집 공고된 주택의 세부 정보를 확인한 후 온라인으로 신청하면 된다. HUG는 무주택 여부 등 검증을 거친 뒤 12월 11일 최종 당첨자를 발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