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임기를 마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황주호 사장이 후임자 선임 절차가 시작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에 사의를 표명했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한수원 제공

17일 원전업계와 일부 언론에 따르면 황 사장은 최근 정부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황 사장은 지난달 3년 임기가 이미 끝났지만 후임 사장 선임 절차가 진행되지 않아 자리를 일단 지켜왔다. 하지만 황 사장이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한수원은 당분간 사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출신인 황 사장은 윤석열 정부 시절인 2022년 8월 한수원 사장에 발탁됐다.

당시 비관료 출신 인사가 한수원 사장으로 임명된 것은 10년 만이었다. 한수원은 2001년 출범 이후 줄곧 내부 출신 사장을 배출하다가 2012년부터 산업통상자원부 출신 공무원을 사장으로 선임해 왔다.

‘원전 찬성론자’로 분류되는 황 사장은 윤석열 정부의 탈원전 폐기 정책을 이행하며 한국형 원전 수출과 노후 원전 수명 연장 등을 추진했다.

특히 지난해 7월 체코 신규 원전 건설 사업을 수주하는 성과를 거뒀지만 이를 성사하기 위해 미국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에 원전 1기 수출마다 1조 원이 넘는 규모의 물품·용역 구매 계약 및 로열티를 제공하고, 유럽 등 선진 시장 독자 진출을 포기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합의문에 서명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불공정 합의’ 논란으로 이어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황 사장의 사의 표명을 놓고 ‘웨스팅하우스와의 불공정 합의 논란과 관련해 여권을 중심으로 황 사장 책임론이 제기되는 것과 연관이 있는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산업부는 대통령실 지시로 한수원·한국전력이 웨스팅하우스와 지식재산권 분쟁 해소에 합의한 과정과 절차가 적법했는지 등을 조사 중이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일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