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신세계그룹의 지마켓과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간 합작회사 설립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이에 따라 두 회사는 기업결합 이후에도 우리나라 온라인 해외직구 시장에서 국내 소비자 정보를 서로 공유해서는 안 된다. ‘쏠림 현상’을 차단하기 위한 조처다.

알리익스프레스 홈페이지. 국제신문DB

공정위는 기업집단 신세계와 알리바바그룹이 합작회사를 설립해 지마켓(G마켓·옥션)과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알리)를 함께 지배하는 내용의 기업결합 안건을 심사한 결과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렸다고 18일 밝혔다.

이에 따라 지마켓과 알리는 합작회사 ‘그랜드오푸스홀딩’ 산하 자회사로 편입된다. 다만 두 업체는 각각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특히 공정위는 지마켓과 알리에 대해 국내 소비자 데이터를 기술적으로 분리하도록 했다. 아울러 국내 온라인 해외직구 시장에서 상대방의 소비자 데이터(이름·ID·이메일·전화번호·서비스 이용기록·검색이력 등)를 공유하지 못하도록 했다.

다만 해외직구 이외 시장에서는 소비자들이 데이터 공유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두 회사의 합병이 국내 온라인 해외직구 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해당 시장에서 알리와 지마켓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37.1%(1위)와 3.9%(4위)다. 이번 기업결합에 따라 합산 점유율은 41%가 된다. 공정위는 “시장 상황을 보면 점유율이 41%를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특히 두 회사의 소비자 데이터 결합에 따른 경쟁제한 우려가 크다고 봤다. 업력이 20년 이상인 지마켓은 5000만 명 이상의 회원 정보를 바탕으로 개별 소비자의 소비 성향뿐 아니라 국내 소비자 집단의 소비 패턴 데이터를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다.

알리 역시 전세계 200여개 국가에서 서비스를 하면서 개별 상품별로 모든 국가의 구매 건수와 평점을 누적·공유해 노출하는 등 소비자 선호와 관련한 데이터를 갖고 있다.

공정위는 “두 회사가 이미 국내 온라인 해외직구 시장에서 한 차원 높은 네트워크를 보유한 상황에서 데이터가 합쳐지면 양적·질적으로 모두 한층 더 확대·강화하는 효과가 나타난다”고 판단했다.

‘데이터 축적→맞춤형 광고·서비스 품질 향상→이용자 유입 증가’가 흐름이 강화되고, ‘이용자 수 증가→판매자 유입→이용자 수 추가 증가’까지 맞물려 합작회사 ‘쏠림현상’이 한층 더 강화돼 시장지배력이 강화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경쟁사들은 이용자 이탈을 막기 위한 대규모 투자 비용이 들 가능성이 있고 시장 진입장벽도 높아질 수 있다”며 “쏠림현상이 고착화되면 합작회사가 개인정보 보호나 데이터 보안을 소홀히 할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의 합병 조건은 향후 3년간 유지된다. 시장상황 변동 등을 검토해 이를 연장할 수 있다. 지마켓과 알리는 정보기술(IT) 전문가가 포함된 ‘이행감독위원회’를 구성해 시정명령 이행 상황을 주기적으로 공정위에 보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