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부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최근까지 장관급 ‘관세 협의’를 진행했지만 극적 타결 가능성은 여전히 높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지난 10월 16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미국 워싱턴DC로 출국하기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연합뉴스

28일 통상당국 등에 따르면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주말 이후 최근까지 두 차례 이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화상 회의를 열고 총 3500억 달러(약 502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 실행 방안 등을 협의했다.

앞서 김 장관은 지난 22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함께 미국을 찾아 러트닉 장관과 대면 협의를 진행하고 24일 새벽 귀국했다. 이후 양 측이 합의 도출을 위해 화상으로 추가 협의를 이어간 것이다.

한미 정부는 지난 7월 30일 큰 틀에서 합의한 관세 협상에서 미국이 예고한 대한국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고, 한국이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시행하는 내용 등에 합의했지만 이행 방안을 놓고 큰 이견을 보여왔다. 이 때문에 투자 양해각서(MOU) 체결은 미뤄지고 있다.

최근에는 미 정부가 ‘한국이 매년 250억 달러씩 8년간 총 2000억 달러의 대미 투자를 하고 나머지 1500억 달러는 신용 보증 등으로 돌릴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우리 정부는 ‘한국 경제의 규모를 고려할 때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양 측의 간극이 여전히 큰 상황인 것이다.

이 때문에 29일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간 정상회담이나 오는 31일 경주에서 개막하는 APEC 정상회의 이전에 한미 양국이 대미 투자 패키지의 구성 방식 등과 관련해 유의미한 합의점을 도출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도 지난 26일(현지시간) 공개된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대미 투자 패키지의 주요 내용에 대한 양국 간 논의는 아직 교착 상태”라며 “투자 방식과 투자 금액, 시간표, 우리가 어떻게 손실을 공유하고 배당을 나눌지 등 모든 게 여전히 쟁점”이라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아시아 순방에 동행 중인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도 27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에서 일본으로 향하는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백악관 출입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기자들이 한미 무역 협상이 29일까지 마무리될 수 있을지를 묻자 “아직은 아닌 것 같다. 처리해야 할 세부 사항이 많고 매우 복잡한 협상”이라고 말했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일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