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남극의 해양생물 보존을 위해 전 세계가 꼭 지켜야 하는 규범을 하나도 어긋남 없이 수행한 국가로 인정받았다. 앞으로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이 더 높아질 전망이다.

조업 중인 원양어선.

31일 해양수산부는 지난 20일부터 31일까지 호주 호바트에서 열린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CCAMLR) 제44차 총회’에서 각국의 어업 규범 이행 점검 결과,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지적 사항이 없었다고 밝혔다. 또 한국은 CCAMLR 운반선 목록 수립, 비회원국 운반선의 불법행위 방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어획된 수산물의 전재(선박에서 선박으로 어획물 등을 옮겨 싣는 것) 관리 강화 방안’이 공식 채택되는 성과까지 올렸다. 그동안 국제 어업 현장에서는 규범에 어긋나게 잡은 수산물을 다른 배로 옮겨 감시를 피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 한국의 제안서에는 이 같은 일을 막기 위한 구체적인 대책이 들어 있다.

국제사회는 우리나라의 제안서 채택에 놀랍다는 반응을 보인다. 총회가 특정 사안을 처리할 때는 27개 회원국 모두의 찬성을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그동안에는 신규 제안서 채택이 아주 힘들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회원국을 적극적으로 설득하는 등 큰 노력을 기울인 끝에 바라던 바를 이뤄냈다. 이와 함께 한국은 철저하게 어업 규범을 지킨 공로를 인정받아 총회에서 이빨고기 어획 한도도 올해 292ｔ에서 내년에는 1.5배 이상 늘어난 428ｔ을 확보했다.

아울러 이번 회의에서는 김정례 해수부 사무관이 총회 부의장으로 선출됐다. 지난해에 과학위원회 제2부의장에 뽑혔던 정상덕 국립수산과학원 연구사는 제1부의장으로 지위가 올랐다. 이에 따라 9명의 CCAMLR 의장단 가운데 2자리를 우리나라가 차지했다.

전재수 해수부 장관은 “총회에서 제안서가 유일하게 채택되는 한편 한국인이 총회와 과학위원회 부의장에 동시 선출된 것은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서 모범이 되고 있음을 입증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업계 및 학계 등과 긴밀하게 협력, 국제 어업 분야에서 국익이 더 확대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CCAML은 남극 조약을 바탕으로 이 일대에 서식하는 해양 생물자원을 지키는 한편 합리적 이용을 하자는 취지에서 지난 1981년 설립됐다. 우리나라는 1985년 가입했다. 남극 해양 생물과 생태계 조사, 연구, 감시 등이 주요 업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