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가운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성장전략 TF’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소규모 분산 자원인 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을 통합 관리할 ‘한국형 차세대 전력망’ 구축을 본격화한다.

이를 위해 부산 등 분산에너지 특화지역(분사특구)에 인센티브 제공을 확대하고 인공지능(AI) 기반의 대규모 ESS 구축을 추진한다.

20MW(메가와트) 이상 규모의 초대형 해상풍력 기술을 개발하고 한국형 소형모듈원자로(i-SMR)는 세계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한다.

●내년 분산특구 4곳 중 2개소 집중 지원

정부는 26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성장전략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이 담긴 ‘초혁신경제 15대 선도프로젝트 3차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초혁신경제 15대 선도프로젝트는 인공지능(AI)·첨단소재·에너지 등 미래 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가 향후 5년간 총 100조 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계획한 대규모 사업이다. 지난 8월 ‘새 정부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공식 발표됐다. 9월과 10월 각각 1·2차 추진계획이 제시된 데 이어 이날 3차 계획까지 나온 것이다.

우선 정부는 지산지소(지역에서 생산된 에너지를 해당 지역에서 소비) 실현을 위해 분산특구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을 이날 공식화했다.

앞서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5일 부산 강서구 일원(49.97㎢·1511만 평)을 비롯해 ▷경기 의왕 ▷전남(전역) ▷제주(전역) 등 총 4곳을 국내 첫 분산특구로 지정한 바 있다.

정부는 이들 4곳에서 추진되는 신산업 사업과 관련해 국비 700억 원을 포함해 총 14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부산 분산특구에서는 대규모 ESS를 활용해 인근 데이터센터나 항만 등에 전력을 공급하는 사업이 추진된다.

정부는 또 분산특구의 전력 신산업을 집중 지원하는 차원에서 내년에 이들 4곳 중 2개소를 선정해 총 100억 원을 별도 지원할 계획이다.

이 밖에 분산특구에서는 ▷전력 직접거래 특례 ▷전력 부대비용 할인 ▷전력 다소비 시설 대상 계통영향평가 간소화 등 인센티브가 제공된다.

AI를 기반으로 하는 대규모 ESS도 구축한다. 2030년까지 전국 약 85개 선로에 ESS가 들어서게 한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궁극적으로 정부는 이런 분산특구와 ESS 등을 토대로 ‘한국형 차세대 전력망’을 구축한다. 차세대 전력망은 재생에너지와 ESS 등 다양한 분산 자원을 AI 기술로 제어해 전력 생산·저장·소비를 최적화하는 지능형 전력망이다.

정부는 “전남을 선도기지로 (차세대 전력망을) 우선 구축한 뒤 전국으로 확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형 SMR 2030년 글로벌 시장 본격 진출

이 밖에도 정부는 i-SMR(경수형)과 차세대 SMR(비경수형)을 병행 개발해 국산 SMR을 다변화하고, 2030년 글로벌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경수형의 경우 내년 i-SMR 표준설계 인가를 신청해 2028년까지 획득하고, 2029년 SMR 제작 지원 센터를 구축한다. 비경수형은 2027년 개발 신규 프로젝트에 착수할 계획이다.

이미 발표된 것처럼 부산·창원·경주에 SMR 기자재 제작장비 공용활용센터를 구축하고, 원전산업성장펀드를 조성해 SMR 시장 진출을 희망하는 기업을 지원할 방침이다.

해상풍력 보급 속도도 높인다. 내년 20MW 이상 규모의 터빈·핵심부품 개발에 착수해 2027년 터빈을 설계하고 2028년 부유식 수직축 시스템 초기 설계를 완료한다. 2029년에는 부유식 요소 부품 상용화 개발·실증을 진행한다.

아울러 정부는 차세대 태양광 모듈을 2028년까지 세계 최초로 상용화할 계획이다.

기존 태양전지 효율이 기술적 한계에 도달하고 중국 독점 구조가 굳어진 가운데 우리나라 탠덤셀 기술을 통해 효율을 높이고 건물 외벽·지붕 건물 자체를 활용해 전기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탠덤셀은 두개의 층을 사용해 빛을 흡수하고 효율을 높인 태양전지다.

정부는 기업과 연구기관, 표준·인증 관련 기관 등으로 구성된 추진단을 구성하고 연구개발(R&D), 실증연구 등을 지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