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가게 절도 등 좀도둑으로 반평생을 감옥에서 보낸 60대가 또다시 버릇을 못 버리고 도둑질을 하다가 경찰에 구속됐다.
경찰은 "어차피 (교도소에) 가야 하는 걸 알고 있다. 그냥 편하게 하자"고 말하는 절도범의 '당당한' 태도에 혀를 내둘렀다.
부산 강서경찰서는 9일 한적한 도로 위에서 전선을 끊다 발각된 김모(63) 씨를 특수절도 미수 혐의로 구속했다. 김 씨는 지난 6일 새벽 2시께 부산 강서구 녹산동 S주유소 인근 전봇대를 타고 올라가 전선을 훔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에도 김 씨의 '습관'이 화를 불렀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공범이 망을 보는 사이 주유소 가까운 전봇대에서 한 차례 전선을 끊었다. 하지만 김 씨는 눈앞에 보이는 또 다른 전선을 보고는 습관처럼 맞은편 전봇대에 올라갔고, 이때 바로 옆집 개가 짖어댔다. 이를 수상히 여긴 집주인이 경찰에 신고하는 바람에 김 씨는 덜미를 잡혔다. 공범은 경찰이 도착하자마자 도주했다.
경찰서로 연행된 김 씨는 범행에 대한 죄책감도, 구속에 대한 두려움도 전혀 없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빨리 교도소에 가자. 집에 연락하거나 찾아가면 죽어 버리겠다"고 할 뿐, 범행 경위나 이유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않았다. 그저 "부산진구 개금동 집에 80대 어머니가 계시는데, 어머니를 놀라게 하고 싶지 않다"고만 했다.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김 씨는 별다른 직업 없이 20대 때부터 범죄에 발을 들였다. 절도 8범을 비롯해 강도 폭력 등 무려 19건의 전과가 있다. 청송교도소 등 교도소에 수감된 기간만 자그마치 24년에 달한다. 경찰이 파악한 결과 김 씨는 그동안 부산에서만 범행을 저질렀고, 주로 동네 슈퍼마켓에 들어가 생필품이나 돈을 훔쳤다. 범행과 구속을 밥 먹듯 반복한 김 씨는 한 번 잡히면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0년씩 교도소에 갇혀 지냈다.
김 씨는 지난해 9월에도 슈퍼마켓 절도 혐의로 1년가량 복역하다가 출소했고, 이후 공범과 함께 줄곧 좀도둑질로 생계를 이어왔던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김 씨의 사례처럼 최근 부산 강서구 일대에서 절도 전과자들이 전선이나 고철을 훔치는 사건이 끊이지 않아 이들의 사회 적응을 도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김 씨는 각 전과에 해당하는 범행 기간을 1년씩만 잡아도 무려 43년의 세월 동안 교도소를 집처럼 여기며 살았던 셈"이라며 "이 때문에 사회 적응이 어려워 출소할 때마다 습관처럼 범행을 다시 시작했던 것 같다. 김 씨가 허비한 세월을 생각하면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