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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오후 화물연대 부산지부 조합원들의 집회가 예상된 부산역 광장에 경찰이 배치돼 휴식을 취하고 있다 . 조합원들은 이날부터 집에 대기하면서 파업에 들어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
전국운송하역노동조합 화물연대가 총파업을 선언한 13일 오후 2시. 부산항 파업에 한번도 빠지지 않았던 화물차 운전사 A(46·부산 동구 수정동)씨는 이날 집에서 TV 뉴스와 무선통신망(TRS)만 보며 하루를 보냈다. 가족들은 A씨의 ‘빈둥대는’ 모습이 수상쩍어 “파업이 끝났느냐”고 묻기도 했다. 그러나 A씨는 여전히 파업 중이다. 그는 운전사들의 통신수단인 TRS를 통해 새로운 파업지침이 전달되기를 기다리며 ‘잠수 투쟁’에 돌입한 상태였다. 부산·경남 6천여명의 조합원들도 이날 바깥 출입을 삼가고 집에서 TRS만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부산항 물류대란의 중심인 화물연대의 파업 투쟁이 기존 노동계와는 다른 새로운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 그동안 노동운동의 핵심구호가 ‘뭉치면 산다’였다면 화물연대는 ‘흩어져야 산다’며 집에서 잠수 투쟁을 하는 새로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실제 13일 새벽까지 부산 남구 우암동 신선대 부두와 부산대학교에 집결했던 조합원 2천여명은 총파업이 단행된 이날 하루동안 종적을 찾기 힘들었다.
전국운송화물노동조합 김종인 위원장이 이날 새벽 “새로운 투쟁지침이 전달될 때까지 집에서 대기하라”고 명령했기 때문이다. 화물연대 부산지부 간부들도 ‘물류 마비’에 대응하느라 긴박한 하루를 보낸 정부와는 달리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항 파업이 시작된 지난 9일 이후 하루 2~3차례씩 열리던 집회도 이날은 자취를 감췄다.
올해 노동계 최대 이슈였던 두산중공업이나 철도 파업에서 조합원들이 매일 집회를 개최하며 정부를 압박했던 점을 감안하면, 화물연대의 전술은 기존 관행을 완전히 탈피한 것이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박진현 교선부장은 이에 대해 “화물노동자는 운행을 하지 않는 자체만으로도 파업 효과를 낼 수 있어 대규모 집회를 개최해 공장가동을 중단시키는 일반 사업장의 투쟁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화주나 운송사도 일반 기업과는 달리 대체인력을 투입할 수 없다. 생산시설이나 다름없는 화물차가 개인 소유이기 때문이다.
공권력 투입설도 전술변화에 한몫을 했다. 대규모 집회를 열어 경찰과 충돌하는 것보다 흩어져서 파업을 하는 잠수투쟁이 장기전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경찰도 공권력 투입시기와 방법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불법 집회를 연다면 업무방해죄나 집시법 위반 혐의로 처벌할 수 있어도 집에서 ‘쉬는’ 사람을 처벌할 방법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화물연대의 한 간부는 “정부에서 대폭적인 양보가 없으면 장기전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경찰과의 충돌은 피하면서 파업의 효과를 내는 데는 잠수투쟁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 이노성기자
/ 박태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