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국가대표팀이 독일월드컵 첫 상대 토고를 2-1로 이긴 직후인 14일 0시10분께 부산 남구 경성대학교 앞은 아수라장이었다. 수천 명의 학생들은 경찰들의 제지를 뿌리치고 도로로 뛰어들었고, 시내버스 위에 올라가 볼썽사납게 대한민국을 외치던 일행 중 한 명은 스트립쇼까지 벌였다.

초심을 잃은 거리 응원단의 소동으로 토고전은 이겼지만 응원전에서는 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특히 교복을 입은 학생 등 청소년들이 도심 심야 축제의 주체가 되면서 자칫 월드컵 거리 응원이 이들의 해방구로 변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4일 새벽 1시께 경기가 끝난 지 1시간이 지났지만 부산 사직야구장 앞에는 교복을 입은 학생들과 또래로 보이는 젊은이 3000여 명이 '대~한민국'을 외치며 주변을 배회하고 있었다. 일부는 수시로 정차된 차량과 버스 위로 올라서는 등 위험한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대학가도 예외는 아니었다. 1만5000여 명이 운집한 부산대 일대에서는 일부 젊은이들이 1ｔ 포터차량에 올라 뒤풀이를 했고 한 젊은이는 달리는 차에서 떨어지는 등 아찔한 장면이 연출됐다. 서면서는 시민들이 경찰의 통제를 받자 공중전화 부스 위로 올라가 뛰는 바람에 부스가 부서지기도 했다.

직장인 김모(28) 씨의 경우엔 경기도중 과음으로 정신이 없는 상태에서 택시기사와 시비가 붙어 이를 말리던 경찰을 폭행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되는 등 크고 작은 싸움도 잇따랐다. 또 응원도구 등을 버리기는 해도 줍는 시민은 극소수여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부산대 사회학과 이성해 교수는 "4년 전에 비해 거리 응원전의 사후 처리가 깔끔하지 못하다"며 "거리 응원을 수출까지 하는 마당에 축제에 걸맞은 사회 규범을 젊은이들이 준수해 줬으면 좋겠다"고 거리 응원단의 초심을 강조했다. 메트로부산 사회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