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여·46) 씨 모녀 4명 실종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전 해태 타이거즈 소속 프로야구 선수 이호성(41) 씨가 10일 한강에서 숨진 채 발견된 데 이어 김 씨 일가족 4명의 시신도 이날 오후 전남 화순의 한 공동묘지에서 발견됨에 따라 이번 실종사건은 금전문제에 얽힌 비극적인 일가족 살해사건으로 결말을 맺게 됐다. 하지만 이 씨의 범행 동기와 범행 경위가 명확하지 않은 데다 사건의 당사자들이 모두 숨져 경찰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 창전동 한 아파트에 사는 김 씨가 세 딸과 함께 연락이 끊긴 채 실종됐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된 것은 지난 3일. 지난달 26일 김 씨 오빠는 전화를 받지 않는 동생이 걱정돼 김 씨 집을 찾았으나 방 안의 컴퓨터가 켜져 있는 것을 보고 별다른 의심 없이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지난 3일 아무래도 이상하다고 생각한 김 씨 오빠는 동생이 운영하는 식당을 찾았고 "사장님이 출근하지 않고 있다"는 종업원 말을 듣고는 즉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 씨가 실종되기 하루 전인 지난달 18일 종업원들에게 "며칠 여행을 다녀오겠다"고 말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또 김 씨 집에서 김 씨의 혈흔이 발견됐으며 아파트 내 폐쇄회로(CC)TV를 통해 실종 당일 오후 한 남성이 여러 차례에 걸쳐 대형 여행용 가방을 끌고 나가는 장면이 포착됐다.

경찰이 이 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더 있다. 김 씨가 서울 은평구 갈현동에서 자신이 운영하는 참치 횟집에서 퇴근한 것은 지난달 18일 자정을 조금 넘긴 시각이다. 이어 18일 오후 4~5시께 김 씨의 아파트 앞에서 김 씨 소유의 SM5 승용차를 주차해둔 채 대형 여행가방을 들고 있던 한 남성이 인근 주민에게 우연히 목격됐다.

이날 오후 9시14분 아파트 CCTV에는 한 남성이 카트를 끌고 김 씨 아파트로 들어갔다가 대형 가방을 싣고 나오는 장면이 찍혔고 이 남성은 40여 분간 모두 5차례에 걸쳐 아파트를 드나들며 짐을 실어날랐다.

다음날 새벽 5시께 김 씨 큰딸의 휴대전화는 전남 화순의 한 야산에서 잠깐 신호가 잡혔으나 이내 끊겼으며 같은 날 오후 2시53분에는 호남고속도로 서울 방면 장성나들목 부근에서 김 씨 소유의 SM5 승용차가 지나가는 장면이 자동판독기에 찍혔다.

20일 오후 8시18분에는 김 씨 아파트 주차장 CCTV에 한 남성이 김 씨의 SM5 승용차를 몰고 와 아파트 주차장에 세운 뒤 황급히 빠져나가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연합뉴스

이호성 씨

실종됐다 숨진채 발견된 네 모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