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의 장례를 치르면서 천주교 신자뿐만 아니라 비신자들이나 다른 종교 신도들까지 추모에 나서는 '추기경 신드롬'이 확산하면서 사회 전반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이는 김 추기경의 철학과 실천하는 삶이 보기 드문 것인 데다 그 일생이 엄격한 도덕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나온 것이라고 천주교계는 분석하고 있다. 김 추기경이 종교를 넘나들며 불교와 개신교에 대해 배려를 아끼지 않았던 점도 그의 사후에 추모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역할을 한 것으로 지적됐다.
조대엽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전체적으로 권위와 질서가 해체되는 시대에, 특히 경제 위기로 불안한 상황에서는 도덕적 권위에 대한 갈증이 심하다"면서 "김 추기경처럼 도덕적 권위를 가진 분이 사라질 때 그 상실감을 더 크게 느끼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조 교수는 "김 추기경은 그야말로 도덕적 권위의 상징이며 일제 해방 이후 혼란 속에서도 '질서'를 지켜갔던 분이라는 점에서 여러 계층을 망라해 그를 애도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김 추기경은 종교 간 벽을 허물고 다른 종교를 배려하는 '소통적이자 설득적'인 권위를 쌓았기에 다른 종교 신자들도 거부감없이 추모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라고 조 교수는 설명했다.
최근덕 성균관장은 "다종교 사회인 한국이 별다른 종교분쟁 없이 지내온 것도 따지고 보면 그분의 덕이 크다"며 "종교 간 화합을 위한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를 창립하는데 실질적인 역할을 했고, 이웃종교를 더 배려했던 마음은 모든 국민이 배워야 할 귀중한 정신적 자산"이라고 평가했다.
물론 이런 권위의 이면에는 김 추기경의 여유와 인간적 면모도 뒷받침하고 있다.
김 추기경은 지난 1987년 상계동 철거민들이 명동성당 구내에서 천막을 짓고 살 때 스스럼없이 자신의 방을 공개했는가 하면 최근 투병할 때도 문병하러 온 사람들에게 농담을 건네며 오히려 안심시켜 준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