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울산시 북구 오토밸리복지관 대강당에서 열린 전국금속노조 제28차 정기대의원대회에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행사장에 입장하는 대의원들에게 총파업으로 비정규직을 도와달라며 큰 절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자동차 강호돈 대표이사(부사장 겸 울산공장장)가 비정규직 노조의 파업 8일째인 22일 공식적으로 휴업 가능성을 밝혔다. 현대차는 앞서 지난 18일 파업 주동자를 무더기 고소하고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등 강경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민노총 등 노동계와 야당은 이번 사태를 현대차 이상의 문제로 확대하며 공세에 나서고 있어 사태는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가 강경대응으로 나오는 것은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전례를 만들지 않음으로써 더 이상 고용의 유연성을 손상시키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이는 현대차만의 생각이 아니라 비정규직을 많이 고용하고 있는 조선, 기계 등 다른 제조업체의 생각과도 맥을 같이 한다.

국내 단일 사업장으로는 규모가 가장 크다 보니 현대차의 고용이나 근무 패턴은 항상 타 사업장에 바로미터가 돼 왔다. 따라서 현대차가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할 경우 이는 곧바로 타 사업장으로 일파만파 확산될 수밖에 없다. 특히 사용자 입장에선 자사 비정규직 노조가 현대차를 예로 들며 정규직화를 요구할 경우 거부할 명분을 잃게 된다. 이번 사태는 현대차만의 문제가 아닌 비정규직을 고용하고 있는 상공계의 대리전인 셈이다.

지난 7월 대법원이 2년 이상 근무한 사내 하청업체 근로자는 정규직으로 봐야 한다는 판결로 비정규직 노조의 손을 들어주었지만 회사 측은 여전히 불법이란 점을 강조하고 있다. 2007년 7월부터 적용된 근로자파견법만 놓고 보면 2년 이상 한 사업장에서 같은 일을 한 근로자는 정규직으로 봐야 한다. 그러나 상법이나 다른 노동관계법상 현대차와 비정규직 근로자의 관계는 도급사 직원 이하도 이상도 아니라는 것이 회사 측 주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정규직 노조의 정규직 전환이나 임단협 요구는 응할 수 없고 이를 이유로 한 파업은 불법이라는 것이다. 이는 검찰과 중앙노동위원회의 해석과도 일치한다.

정규직 노조가 소극적이란 점도 회사 측의 강경대응을 가능케 하는 요소다. 실제 현대차 근로자 대다수는 6300명이나 되는 비정규직들이 자신과 같은 정규직에 편입되는 것을 바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식구가 늘수록 급여나 처우 등 자신들에게 돌아올 몫이 적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면 비정규직 노조는 민노총과 금속노조, 민노당 등 외부세력과 연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법원 판결과 함께 불거진 현대차 문제를 전체 비정규직 문제로 이슈화해 공론의 장으로 이끌겠다는 복안이다.

이에 따라 금속노조는 22일 오후 열린 정기대회의원대회에서 비정규직 노조의 파업을 지원하기 위해 오는 26일 잔업을 거부하기로 했다. 나아가 12월 초 1차 총파업에 들어가고 금속노조 결의대회를 울산에서 개최하기로 했다.

민노당과 진보신당 등 야당들도 현대차를 압박하고 있다. 민노당은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야4당 의원 합동총회를 추진하기로 했다.

비정규직 노조 관계자는 "노동계와 정치권도 정규직화를 지지하고 있는 만큼 끝까지 요구를 관철시킬 것"이라며 "곧 유사한 다른 사업장 비정규직 노조원도 동참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이번 투쟁이 비정규직을 없애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