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을 알 수 없는 급성 중증 폐질환으로 임산부가 잇따라 숨진 데 이어 지난 19일에는 한 살 된 여자아이가 숨진 사실(본지 지난 20일 자 8면 보도)이 알려지면서 임산부는 물론 면역력이 약한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 사이에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20일 질병관리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10일 서울의 한 대형병원 중환자실에서 임산부 A 씨가 사망한 것을 시작으로 이날까지 폐가 딱딱하게 굳는 '폐섬유증'으로 숨진 사람은 모두 5명이다. 이 가운데 4명이 임산부였으며, 나머지 한명은 지난 19일 숨진 여아였다.
원인 불명의 폐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임산부에 집중될 때만 해도 보건 당국은 물론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우연의 일치일 뿐 신종 폐질환이 임산부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며, 감염 가능성도 희박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지난 19일 숨진 여아의 경우 어머니(32)와 언니(6)도 같은 증세를 보여 치료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감염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주요 포털사이트 임신·육아 카페에는 신종 폐질환을 우려하는 글이 하루에도 수백 건씩 올라오고 있다. '희아맘마'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은 "얼마 전부터 네 살된 아이가 기침을 시작하더니 좀처럼 멈추지 않고 있고, 임신 7개월인 나도 기침을 계속하고 있는데 신종 폐질환이 아닌지 걱정된다"면서 "병원에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지만 어린 여자아이가 숨졌다는 소식에 계속 불안하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선 병·의원에는 가벼운 감기 증세에도 신종 폐질환을 의심하는 환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류수영 가정의학 전문의는 "감기 환자 대부분이 신종 폐질환에 대해 문의를 하고 있다"면서 "신종 폐질환 사망자가 모두 초기에 가벼운 기침 증세를 보이다 사망까지 이르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안감이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김기천 부산시 보건위생과장은 "현재까지 부산지역에서 신종 폐질환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는 없다"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