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너 나 할 것 없이 격앙된 반응을 보이던 검사들이 `합의 파기'의 책임을 지겠다는 김준규 검찰총장의 사퇴에는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5일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김 총장이 사퇴한 당일부터 이날 오전까지 검찰 내부전산망인 `이프로스(e-pros)'에는 김 총장의 사퇴에 관한 글이 단 한 건도 올라오지않았다.

과거 다른 총장들이 사퇴할 때 검찰 전체가 들썩이던 것과는 딴판이다.

더구나 불과 4~5일 전만 해도 국회의 일방적인 수사권 조정안 수정에 비분강개한 검사들의 글로 넘쳐나던 것과도 대조적이다.

당시 검찰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한목소리로 당초 법무부령에 두기로 했던 수사지휘의 구체적인 근거를 대통령령으로 옮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성토했었다.

검찰 수뇌부의 사퇴를 요구하는 `책임론'까지 제기됐던 것도 내부전산망을 통해서였다.

김 총장이 대통령의 사의 반려에도 뒤늦게 사퇴를 강행한 것도 이 같은 검찰 내부의 목소리를 대변한 것으로 해석됐다.

실제로 김 총장은 `사퇴의 변'을 통해 수사권 조정 합의를 해놓고 이를 지키지 않은 경찰, 정부, 국회를 향해 예상 밖의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하지만 수사권 조정을 놓고 들끓던 검찰의 분위기는 수사권 조정 수정안이 국회본회의에서 압도적인 지지로 통과되자 급랭하더니 이내 `자성론'과 `실리론'으로 180도 돌변했다. 그 결과 검찰의 사퇴에도 아무런 호응을 보이지 않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다.

오히려 김 총장의 `때늦은 사퇴'에 대해 일부 검사들의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항명으로 여겨진 총장의 사퇴가 검찰 조직에 부담만 안겼다는 반응도 없지 않다.

한 검사는 "국제행사로 아무리 경황이 없었더라도 위급한 상황에서 수장으로서 조직을 좀 더 헌신적으로 챙기는 모습을 보여줬어야 한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다른 검사는 "여느 간부들이 사퇴해도 으레 사의(謝意)를 표하는 후배들의 글이올라오게 마련인데 민감한 분위기 때문에 다들 조심스러워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