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거가대교(통칭 거가대로) 통행료 '뻥튀기'를 적발(본지 지난 16일 자 1·3면 보도)한 가운데 통행료를 결정하는 기초자료인 총사업비마저 부실 산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기본설계도 거치지 않은 '개념설계' 단계에서 건설비·통행료·징수기간을 결정하는 실시협약이 체결된 것이다. 민간사업자는 또 하도급률을 후려치는 수법으로 공사비를 20% 이상 절감했지만 통행료 인하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특혜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17일 감사원의 '거가대교 통행료 산정 실태 감사결과 처분요구서'에 따르면 부산시와 경남도는 2003년 2월 GK해상도로(주)와 실시협약을 체결하면서 국내에선 한 번도 적용된 적이 없는 개념설계를 근거로 공사비(1조6205억 원·경상가격 기준)를 산정했다. 개념설계란 사업자가 기계 종류나 기술 역량을 검토하는 초기 수준으로 공법조차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결국 민간사업자가 제시한 추상적인 공사비를 행정기관이 별다른 검증 없이 수용한 셈이다. 현행 '국가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은 기본설계나 실시설계를 마치고 사업비를 확정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한 건설사 임원은 "구체적인 설계도면도 없이 대략적으로 산출한 건설비를 공공기관이 인정해준 사례를 본 적이 없다. 누가 봐도 특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공공기관 발주사업은 대부분 구조물 형식에 대한 비교·검토를 거쳐 정부 표준품셈을 기준으로 공사비를 확정한다.

허술하게 산정된 공사비는 민간사업자의 배만 불리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GK해상도로(주)는 GK시공사업단과 총공사비의 71%인 1조1562억 원에 원도급 계약을 맺었다. GK시공사업단은 다시 7688억 원에 147개 공정의 하도급을 줬다. 원도급 대비 하도급 차액이 3874억 원이다. 대우건설을 비롯해 GK시공사업단에 참여한 8개 건설사는 모두 GK해상도로(주)의 대주주이다. 따라서 GK해상도로(주)는 저가 하도급으로 아낀 3874억 원과 이윤(1217억 원)을 제외한 1조1114억 원만 쓰고도 총공사비에 해당하는 통행료를 이용자들에게 징수할 수 있게 됐다.

부산시 측은 "거가대교는 협상을 통해 사업비를 사전 확정했기 때문에 정산(또는 환수)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남도의회 김해연(진보신당) 의원은 "주먹구구식 사업비 검증이 통행료 과다 계상→건설사 이윤 최대화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