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시, 정부 대책협의 촉구

세계적 문화유산인 국보 제285호인 울산 반구대암각화 보존책이 또다시 표류하고 있다. 정부와 울산시가 울산 시민의 식수원인 사연댐의 수위를 낮춰 물속의 암각화를 건져 올리는 대신 부족한 울산지역 식수는 경북 청도군 운문댐 물을 끌어와 공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 '대구·경북권 맑은 물 공급사업'이 경제성 없는 것으로 최종 결론이 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반구대암각화 보존과 울산 식수 문제는 원점에서 재검토가 불가피하게 됐다.

울산시 오동호 행정부시장은 27일 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와 합의해 울산권 맑은 물 공급사업과 반구대암각화 보존 대책을 동시에 추진하기로 했으나 전제조건인 대구·경북권 물 문제사업이 경제성 없는 것으로 나와 다시 원점에서 암각화 보존대책을 검토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밝혔다.

오 부시장은 "암각화는 이 순간에도 급격히 훼손이 진행되고 있어 국무총리실과 국토해양부, 문화재청 등 관계부처가 적극 나서야 한다"며 "암각화 보존대책을 위해 국무총리실 주관의 정부대책협의회를 빠른 시일 내 개최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울산권 맑은 물 공급사업은 사연댐의 수위를 낮추는 대신 경북 청도 운문댐의 물 7만 t과 대암댐 물 5만 t 등 1일 12만 t을 울산 시민 식수원으로 공급한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울산권 맑은 물 공급사업은 한국개발연구원이 대구 취수원을 구미로 이전하는 대구·경북권 맑은 물 공급사업에 대한 비용과 편익 분석 결과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 국토해양부와 해당 지자체 등에 통보해 사업 추진에 차질이 빚어졌다.

이에 따라 울산시는 지역 정치권과 시민단체,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암각화를 보존하고 식수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 국무총리실 주관의 정부대책협의회에서 이 문제를 거론할 방침이다.

울산시는 그동안 암각화 보존대책으로 문화재청에 3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암각화 전면 차수벽 설치(2003년) ▷제방을 설치하는 유로변경안(2008년) ▷암각화 전면 80m 지점에 임시 생태제방 설치안(2009년) 등이다. 이 중 유로 변경안이 현재로서는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 안은 암각화 상류 500m 지점과 하류 200m 지점에 각각 제방을 설치해 물길을 돌리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문화재청 문화재위원들은 울산시의 이들 대안이 암각화 주변 환경을 훼손시킨다며 반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