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행꺼린 우범지대 오명벗고, 300여 점 타일벽화로 대변신
- 알뜰나눔 장터도 열 예정

부산 사상구 학장동 세원교차로 지하보도에 타일벽화가 장식돼 산뜻한 모습으로 변모했다. 사진 위는 벽화 설치 전 모습. 강덕철기자 kangdc@kookje.co.kr

공단과 인접한 도심 속 지하보도가 타일벽화와 함께 새로운 문화아이콘으로 조성돼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이 지하보도는 야간에 성범죄 발생할 만큼 허름하고 퇴색된 우범지대여서 이 같은 변신이 주목된다.

부산 사상구는 학장동 세원교차로 지하보도에 관내 유치원생부터 고교생들까지 학생들이 그린 179점의 작품과 학장동의 명소, 옛 사진 등을 바탕으로 300여 점의 타일벽화를 제작했다고 29일 밝혔다. 학장동 지하보도는 길이 41m, 높이 2m, 폭 3m 규모로 1984년 구덕터널 개통과 동시에 주민들의 안전한 보행을 위해 만들어졌으나 오물이 넘쳐나고 조명도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아 주민들로부터 '통행해서는 안 될 곳'이라는 오명을 썼던 곳이다.

특히 인근에 초등학교가 있지만 어린이 혼자서 다니기에는 위험할 정도로 환경이 좋지 않아 통학로 구실은 전혀 하지 못했다. 이에 주민들은 줄기차게 이곳의 정비를 구청에 요구했고, 수년 만에 민원이 수용돼 올해 초부터 학장동주민센터가 사업 추진에 나섰다.

사상구는 타일벽화와 함께 이곳에 LED 조명등도 설치해 지하보도를 확 달라지게 만들었다. 이 공사로 지하보도 벽면은 물론 바닥과 출입구도 타일로 깔끔하게 정비됐다. 공사 전반은 지역공동체일자리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됐고, 외주업체가 아닌 학장동주민센터가 공사를 주도했다. 이 사업에는 6000만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주민 정인주(45) 씨는 "중학생 딸 아이는 물론 아이 엄마에게도 이 지하보도로는 다니지 말라고 말을 했었는데, 이렇게 밝고 깨끗하게 달라질 줄 몰랐다"며 "앞으로도 위험지대로 방치된 현장을 구청에서 정비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사상구는 지하보도를 '아이들의 꿈이 담긴 거리'로 조성하는 한편 향후 어린이의 학용품 등을 판매하는 알뜰나눔 장터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제규원 학장동장은 "주민들의 그림으로 타일벽화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앞으로 지하보도가 주민들과 함께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좋지 않은 지역 이미지를 씻는 데도 이번 지하보도의 변신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