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부산 서구 동대신동 대신여중 뒤편 담벼락이 지난주 내린 집중호우로 붕괴 위험에 처해 있다. 곽재훈 기자 kwakjh@kookje.co.kr

- 서구 대신여중 안전도 위협

부산 서구 대신여중과 마주하고 있는 주택가 담벼락이 지난달 27일 집중호우로 붕괴될 위험에 놓이면서 인근 주택 6세대 주민들이 긴급 대피했다. 1일 부산 서구 대신동 87-22번지 일대 주택과 대신여중이 마주하고 있는 담벼락이 1m가량 앞쪽으로 밀려난 것으로 확인됐다. 담벼락 위에 설치된 하수관로가 한꺼번에 쏟아진 빗물을 감당하지 못해 넘치자 물을 머금은 담벼락이 앞쪽으로 불룩하게 밀려난 것이다.

하수 관로의 용량부족으로 담벼락 인근의 집들도 '물 폭탄'을 피할 수 없었다. 주민 송길연(여·60) 씨는 "지난달 28일 오전 8시께 방바닥부터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고, 대피하려고 현관문을 여는 순간 가슴 높이까지 쌓인 빗물이 한꺼번에 온몸을 덮쳐 혼비백산했다"며 "헤엄쳐 집밖으로 간신히 대피할 수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또 하수관로 공사 중이던 마당이 갈라져 밑으로 꺼지고, 집 뒤편 흙담이 비에 쓸려와 지붕을 덮치는 등 담벼락 위쪽 3가구 6세대가 이날 폭우로 피해를 입었다. 이들은 현재 모두 이곳을 떠나 이웃이나 친척집 등에서 머무르고 있다.

통장 박선석(60) 씨는 "하수관로가 노후돼 배수가 되지 않는다고 10여 년 전부터 구청에 보강공사를 요구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며 "이대로 방치했다가는 더 많은 가구들이 비 피해를 입을 것이 뻔하다. 또 담벼락이 무너져 대신여중 학생들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서구청은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서구청 관계자는 "지난 5월부터 하수관 보강공사를 실시하고 있지만 40여 년 전 제작된 도면으로는 하수관로가 담벼락 어디에 묻혀 있는지 파악하기 힘들다"며 "완벽한 공사를 위해서는 모든 집을 다 철거한 후 작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위험한 상태에 놓여있는 담벼락에 대해서는 학교 측과 협의한 뒤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