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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성불사에서 열린 부산저축은행 예금 피해자 장모(69) 씨 삼우제에 유족과 비대위 회원 100여 명이 참석했다. 가운데 영정을 든
사람이 장 씨의 큰아들(35), 왼쪽이 작은 아들, 오른쪽은 부인 강모(66) 씨. 곽재훈 기자 kwakjh@kookje.co.kr |
- 집도 마련 않고 1억여원 저축
- 영업정지로 날릴 처지되자 몇 년 전 대장암 수술 불구 매일 비대위 농성장 참여
- 결국 쓰러져 일어나지 못해
"사경을 헤매면서도 '초량동(부산저축은행 본점) 가야 한다'고 중얼거렸어요. 숨 거두기 직전까지 휴대전화를 놓지 않고 비대위 연락을 기다렸습니다. 건강했던 사람이 이렇게 갈 줄이야…."
20일 오후 쏟아지는 빗속에 부산 해운대구 우동 성불사에서 부산저축은행 예금 피해자 고 장모(69·부산 해운대구 재송동) 씨의 삼우제(장례를 치른 후 3일째 지내는 제사)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장 씨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부산저축은행 비상대책위원회 회원 100여 명이 참석했다. 허남식 부산시장도 직원을 통해 조전문을 보냈다.
■입원한지 19일 만에…
장 씨는 지난 16일 부산의 한 대학병원에서 신경성 급성폐렴 증세로 숨을 거뒀다. 지난달 27일 감기인 줄 알고 병원에 입원한 지 19일 만이었다. 장 씨는 병원에 입원하기 직전 부산저축은행 예금자 피해 보상을 요구하며 상경해 국회 앞에서 2박3일간 노숙 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날 만난 부인 강모(66) 씨는 "남편이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 후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비대위 시위를 따라다녔다. 몇 년 전 대장암 수술을 받은 터라 몸 상한다고 말렸지만 듣지 않았다. 금방 털고 일어날 거라고 생각했는데 저축은행 사태로 기력이 쇠했는지 끝내 이겨내지 못하고…"라며 말끝을 잇지 못했다.
장 씨는 아파트 관리소장으로 퇴직하기전까지 평생 모은 돈을 부산저축은행에 자신과 부인 명의로 각각 5000만 원, 7000만 원으로 나눠 예금했었다. 정신지체 1급인 큰아들, 경제력이 없는 부인과 생계를 꾸리려면 이자 수입이라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집도 사지 않고 전 재산을 저축은행에 맡긴 것이었다.
지난 2월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로 장애인 아들의 장래가 걸린 목숨 같은 돈을 일부 날리게 생기자 장 씨는 매일같이 거리로 나섰다. 부인이 지난 4월 허리를 다쳐 수술을 했지만 병간호도 동생에게 맡기고 비대위 활동에 참여했다. 장 씨의 동생(여·60)은 "돼지고기 한 번 먹을 때도 '이거 (돈 없는) 우리가 먹어도 되나'고 했던 사람이다. 부자들에게는 2000만 원이 우습겠지만, 조카(장 씨의 아들) 뒷바라지 할 돈을 날리게 생겼으니 오죽 상심했겠나. 한 달을 넋을 놓고 집에 누워 있더니 비대위 활동에 나서더라"고 전했다.
장 씨는 갖가지 처방에도 차도를 보이지 않았지만 뉴스에서 정치권이 "저축은행 피해 금액을 전액 보전하겠다"는 보도가 들리자 기력을 회복했다고 한다. 부인 강 씨는 "TV 뉴스를 통해 피해 금액 전액 보상 얘기가 나오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좋아했다. '이제 다 됐다'면서 '퇴원하면 작은 자동차를 사서 좋은 데 놀러가고 맛있는 거 먹으러 다니자'고 했다"며 눈물을 훔쳤다.
이후 피해보상 논의가 흐지부지되고, 국정조사도 성과없이 끝나자 장 씨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다고 한다. 장 씨의 둘째 아들(31)은 "의사가 뭐하는 사람이기에 이렇게 신경을 많이 썼냐고 묻더라"며 "저축은행 부실을 방치한 정부와 지킬 수 없는 약속을 남발한 정치인들이 아버지를 죽였다"며 분노했다.
■고령 피해자 갈수록 건강 악화
장기화하는 사태에, 피해자가 과로로 유명을 달리하자 이날 삼우제에 참석한 비대위 회원들은 격한 반응을 보였다.
한 회원은 "전 재산이 묶여 대출을 받아 생활하고 있는데, 국무총리가 공공근로 알선이나 운운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김옥주 비대위원장은 "지금도 비대위 회원 3명이 입원해 있는 상황이다. 연세 많은 회원들의 건강이 상하고 있지만 아무런 해결책도 나오지 않고 있다"며 답답해했다.
"저승이 없다고요? 저승 있어요. 없으면 우리같이 억울한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요. 서민들 피땀 흘려 모은 돈으로 파티한 그 사람들, 어느 지옥에 떨어지려고 그런 짓을 했는지…아이고 불쌍한 우리 오빠…." 삼우제가 끝날 무렵 장 씨 동생의 한 맺힌 절규가 비오는 산속을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