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몸통·실체 드러날 지 주목
부산저축은행 사건의 판도라 상자는 열릴까.
은행 측 거물급 로비스트 박태규(71) 씨가 5개월가량 국외 도피생활을 접고 귀국해 검찰수사에 응함에 따라 그동안 온갖 의혹만 무성했던 정·관계 로비 의혹의 실체가 드러날지 국민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전 정권부터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두터운 인맥을 바탕으로 막강한 정보망을 과시해온 박 씨는 지난 3월 중순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검찰의 공개수사가 시작된 직후 출국해 최근까지 캐나다에 머물면서 사법당국의 추적을 피해 다녔다.
■로비자금만 17억?
박 씨는 부산저축은행그룹 김양(59) 부회장에게서 지난해 7월 6일과 13일 두 차례 서울 삼성동 커피숍에서 6억 원이 담긴 돈가방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씨는 이에 앞서 지난해 6월 삼성꿈장학재단과 포스텍이 KTB사모펀드를 통해 부산저축은행에 각각 500억 원을 출자하는 데 모종의 역할을 하고, 그 대가로 부산저축은행이 포항 소재 한 건설업체에 대출하도록 알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박 씨가 로비 대가로 저축은행 측에서 받은 돈이 17억 원에 달한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메가톤급 파장 예고
박 씨는 청와대와 국회 등 정치권은 물론 재계와 금융권, 언론계까지 고위층 인사들과 두루 친분을 과시해온 탓에 검찰 주변에서는 어렵게 돌아온 박 씨가 입을 열면 충격파가 엄청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 씨가 국외로 도피하면서 "은행이 재기하려면 (검찰에서) 내가 거론되지 않도록 하라"는 말을 남겼다는 전언도 부산저축은행 측 관계자들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
박 씨가 귀국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부산저축은행그룹의 뒤를 봐준 정·관계 유력인사들이 여야를 불문하고 한 두 명이 아닐 수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도 촉각을 바짝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로비 몸통' 찾아낼까
검찰은 반년 동안 부산저축은행그룹의 비리를 파헤친 결과 현재까지 60여 명의 피의자를 기소했다. 그 과정에서 부산저축은행그룹으로부터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은진수(50) 전 감사위원, 김광수(54)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 청와대 정무비서관 출신인 김해수(53) 한국건설관리공사 사장 등 비중 있는 정관계 인사를 기소하는 성과를 냈다.
하지만 전반적인 수사 성과에 대해서는 여전히 기대에 못미친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여기에는 십수년간 불법대출을 비롯해 7조 원대의 천문학적인 비리를 저지른 부산저축은행그룹의 배후를 제대로 밝혀내지 못했다는 비판이 깔려 있다.
검찰이 박 씨 귀국을 계기로 이 같은 비판을 극복하고 몸통을 찾아낼지 국민들의 시선이 대검 중수부에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