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시 물금읍과 원동면 경계지점에 세워진 쉼터 정자. 이곳에는 최근까지 '양산 8경'의 한 곳인 임경대란 현판이 걸려 있어 관광객에게 혼란을 줬다. 이민용 기자

- 최근 항의 빗발쳐 현판 철거

경남 양산시가 '양산 8경'으로 선정한 통일신라시대 정자 임경대(臨鏡臺)를 복원하지 않은채 홍보에만 열을 올려 관광객들이 헛걸음을 치는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특히 양산시는 부지 인근 정자에 설치된 임경대 현판을 방치하다가 관광객의 항의를 받고 최근 철거하는 소동까지 벌어져 빈축을 사고 있다.

16일 양산시 물금읍과 원동면 경계지점의 지방도 1022호선변에 들어선 정자에는 낙동강을 조망하려는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대부분 이곳을 '양산 8경'인 임경대로 알고 찾았다. 이 정자는 낙동강 조망이 일품이어서 '양산 8경'으로 선정된 임경대가 있던 터 인근의 쉼터다. 양산시는 2000년 양산8경(임경대 통도사 천성산 내원사계곡 배내골 천태산 홍룡폭포 대운산자연휴양림)을 선정한 뒤 문헌과 구전으로 내려오던 임경대 터를 찾지 못하자 임시방편으로 이 쉼터를 세웠다.

더욱이 이 정자에는 최근까지 임경대란 현판이 걸려 있었다. 마을주민들이 임경대란 현판을 내건 뒤 쉼터에 불과했던 이 정자는 '양산 8경'의 명소로 둔갑했고 이후 관광객이 몰렸다.

문제는 양산시의 대처. 양산시는 지역 사학자들이 임경대 위치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자 2004년 영남문화연구원에 위치고증을 의뢰, 현재 정자에서 남서쪽 200m 지점이 임경대가 있던 곳으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이에 양산시는 '양산 8경' 복원사업에 착수한다며 부지만 매입한 뒤 6년째 추진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양산시는 이 쉼터를 계속 임경대로 홍보했고, 이를 믿고 찾았다가 뒤늦게 헛걸음질을 한 것을 알게 된 관광객의 항의가 빗발치자 최근 현판을 철거했다.

수년째 쉼터 정자를 임경대로 믿고 찾았다는 김대한(68·부산 북구 화명동) 씨는 "신라시대 최치원 선생이 극찬했다는 낙동강 전경을 보기 위해 틈만 나면 이곳을 찾았는데 최근 현판이 없어지고 진짜 임경대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어 허탈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양산시 관계자는 "쉼터 정자와 임경대가 혼선을 불러일으킨다는 지적에 따라 최근 정자에 설치된 현판을 철거했다"며 "임경대 복원사업은 학술용역에 이어 부지 매입을 마쳤지만 예산이 확보되지 않아 더이상 추진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임경대는 오봉산 제1봉의 7부 능선에 있는 바위 봉우리에 세워진 정자로, 조선시대 때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