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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갈맷길 2.0 <4> 게스트하우스를 만들자

단순한 숙소 아닌 소통의 장… 부산에도 걷기꾼 쉼터 필요

  • 박창희 기자 chpark@kookje.co.kr
  •  |   입력 : 2011-10-24 21:13:16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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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의 탐방로인 해파랑길 안내센터가 들어서는 부산 남구 오륙도 일원. 이곳에 여행자 숙소인 게스트하우스를 만들자는 목소리가 높다. 박창희 기자
- 제주 올레형 숙소 190곳 운영, 바가지 요금 등 말썽 땐 지정 취소
-'할망 숙소' 11곳 토속적 삶 체험
- 강릉 바우길에는 '임대형' 시설, 입소문 퍼져 주말엔 방 없을 정도
- 부산 숙박지, 갈맷길과 관련 없어
- 오륙도 해파랑길 안내센터에 게스트하우스 기능 부여 목소리

   
"어디서 잠을 자지?" 여행자들에게 잠자리는 설레임이자 걱정거리다. 어디서 자고, 뭘 먹을 지가 해결되면 발길이 휠씬 가벼워진다. 거기다 좋은 길과 멋진 도반(길동무)이 곁들여지면 금상첨화. 전국에 걷기 좋은 탐방로가 늘어나면서 여행자 숙소인 '게스트하우스(Guest House)'들도 동시에 진화하고 있다. 단순히 관광객을 맞이해 '재우는' 숙소 개념에서 한발 나아가 만남과 나눔, 소통의 장이 되고 있는 것이다. 제주 올레길, 강릉 바우길 등에는 그곳만의 독특한 게스트하우스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부산 갈맷길이 배워야 할 부분이다.

■제주올레형 게스트하우스

   
강릉시 성산면 보광리에 위치한 바우길 게스트하우스. 박창희 기자
국내 길 걷기 열풍의 진원지인 제주올레길의 경우, 게스트하우스가 지역경제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전국에서 모여드는 올레꾼(올레길을 걷는 사람)들이 값 싸고 편리한 집단 숙소를 찾으면서 '올레형 게스트하우스'가 급속도로 늘어났다. (사)제주올레가 공식 지정한 게스트하우스는 현재 약 190개. 제주올레 홈페이지에는 구간별 지역별 게스트하우스 정보가 올라 있고, 올레꾼들은 이곳에 이용 후기를 남긴다. 그 자체가 하나의 소통 마당이다.

(사)제주올레 안은주 사무국장은 "초기에는 자원봉사자들이 개척 차원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했으나, 지금은 완전 개방돼 있다"면서 "만약 바가지 요금을 받는 등 말썽을 일으킬 경우 지정을 취소하기 때문에 업주들이 알게 모르게 좋은 인상을 남기려고 애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올레꾼들을 받는 게스트하우스 중에는 '도미토리'(공동 이용) 형태가 많고, 위치에 따라 운영자가 봉고차 등으로 픽업 서비스를 해준다. 이용 요금은 제주식 아침 식사를 포함, 1인당 1만5000~2만 원 정도. 규모가 큰 게스트하우스들은 저녁에 올레꾼을 위한 바비큐 파티를 열어주기도 한다.

제주도의 '할망 숙소'도 관심거리. 지역의 수익모델을 찾던 (사)제주올레는 제주시의 도움을 받아 지난 2009년 여름부터 머물 숙소가 마땅치 않은 몇몇 올레 코스에 '할망 숙소' 11곳을 지정, 수리를 하여 민박으로 돌렸다. 올레꾼이 이곳을 이용하면서 혼자 사는 할머니들은 작은 수입이 생겼고, 올레꾼들은 그들대로 할머니들의 토속적 삶을 체험하는 효과를 얻고 있다고 한다.

■바우길의 창조적 거점

   
제주 서귀포의 달팽이 게스트하우스에서 올레꾼들이 어둠살을 밟고 저녁 파티를 벌이고 있다.
소설가 이순원 씨 등이 꾸려가는 강릉 바우길에는 지역 특성을 살린 '임대형' 게스트하우스가 운영되고 있다. 강릉시 성산면 보광리에 위치하며 원래 농산촌 관광체험을 위해 조성된 펜션촌이었으나 분양이 안돼 폐쇄될 처지에 있던 것을 (사)바우길에서 인수, 게스트하우스로 전환했다. 시설은 전체 2700여 평의 부지에 16평 짜리 통나무 온돌방 5개동과 사무동, 식당(세미나실) 등으로 이뤄져 있다. 펜션이나 민박과 다른 것은, 남여를 구분해 집단 숙박을 유도하고, 도보 정보와 함께 교류마당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 요금(후원금)은 1인당 2만5000원이며, 저녁과 아침식사가 포함된다. 블로그 포스팅과 입소문이 나면서 요즘에도 주말에는 방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

(사)바우길 이기호 사무국장은 "단순한 여행자 숙소가 아니라 바우길의 정보센터이면서 도보꾼들의 커뮤니티 마당을 지향한다"면서 "실제 식당에서 낯선 사람끼리 어우러져 길 정보를 주고 받고 동행이 되는 등 소통과 교류가 활발하다"고 소개했다. 이순원 (사)바우길 이사장은 "앞으로 '길과 문학교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바우길의 창조거점이 되게 하겠다"고 했다. 이 이사장은 "바우길 게스트하우스가 활성화되면서 주민들이 식사 조달을 하고 특산품을 파는 등 지역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귀띔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이 이사장은 매주 토요일마다 강릉 게스트하우스로 와 걷기 행사를 주도하고 있다.

■부산의 게스트하우스는?

   
한적한 제주 올레길에 들어선 할망 숙소.
부산에도 게스트하우스들이 있긴 하다. 인터넷에 '부산 게스트하우스'라고 검색하면 수십개의 링크 사이트가 뜬다. 해운대 송정 광안리 등에는 여성전용, 도미토리(공동 이용)를 내세운 곳도 있다. 하지만 간판만 그럴듯할 뿐, 갈맷길 걷기와는 별 관련이 없다.

(사)걷고싶은부산 이성근 사무처장은 "도보꾼들을 위한 게스트하우스는 걷는 공간과 바라보는 지역, 쉬는 지역, 걷기꾼들의 교류와 소통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갈맷길의 결절 구간이나 연결 거점의 숙박시설이나 카페, 빈 건물 등에 공공 개념을 도입해 일정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처장은 구체적으로 ▷암남공원과 두송반도의 중간지점인 감천사거리 일원의 여관이나 모텔 ▷광안리~자성대 구간의 문수사(템플스테이) ▷중구 산복도로 일원 ▷자갈치 회센터의 6~7층 공간 ▷다대포 몰운대 입구의 횟집촌 또는 카페 등을 대상지로 제시했다.

부산 남구 오륙도에 들어설 해파랑길(부산 오륙도~강원도 고성 간 688㎞의 국가탐방로) 안내센터에 게스트하우스 기능을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부산 남구청 등이 추진하고 있는 해파랑길 안내센터는 전체 부지가 약 2200㎡, 예산이 13억3000만 원(국비 5억5000만, 시비 5억, 구비 2억8000만 원)이다. 문화부와 남구청은 오륙도가 국가 명승이자 부산의 대표적 자연물이란 점을 감안, 상징적 걷기 명소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현재 남구청에서 설계 용역을 진행 중이다.

남구청 전략사업팀 윤현섭 계장은 "오륙도 일원에 대한 공원조성 변경 및 문화재 현상변경 문제가 걸려 추진이 늦어졌다"면서 "완공 후 운영 관리는 아마 남구청이 맡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관광안내소 역할을 넘어 게스트하우스 기능을 부여해 여행자들의 만남과 소통, 나눔의 공간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 용역 수행 부발연 강기철 박사

- 공공시설 부분 개조, 게스트하우스 활용을]

   
"얼마 전 서울의 북한산 둘레길을 갔다 왔는데, 전체적으로 안내체계가 잘 돼 있었어요. 국립공원이라 다르구나 느꼈죠. 안내센터도 두 곳 있었고요. 그런데 게스트하우스(여행자 숙소)는 보이지 않더라구요. 이게 매우 중요합니다. 게스트하우스는 길 안내는 물론, 걷기꾼들의 소통 교류, 새로운 길 문화 창출의 거점이 될 수 있어요. 제주올레에서 보듯, 잘 운영하면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되고요. 부산 갈맷길에는 부산형 게스트하우스가 하루 빨리 도입해야 합니다."

부산발전연구원 광역기반연구실 강기철(33·사진) 박사의 지적이다. '갈맷길 조성 및 관리운영 실시설계' 용역을 수행 중인 그는 요즘 신발이 닳도록 전국의 좋은 길들을 섭렵하고 있다. 갈맷길의 효과적인 관리운영 방안과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서다. 타 지자체의 길들을 비교해 보면서 갈맷길이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4포지향(산 바다 강 온천)이란 말에서 보듯, 부산은 자연경관이 좋고 옛길과 근·현대의 길들이 잘 어우러져 있습니다. 이게 엄청난 녹색 관광자원인데 아직 진가를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강 박사는 부산의 게스트하우스는 기존 시설을 활용하거나 부분 개조하면 충분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했다. 황령산 청소년수련원이나 영도의 함지골 수련원, 그리고 기본계획이 잡힌 을숙도의 국립청소년수련원 등을 갈맷길 게스트하우스로 활용하면 된다는 것이다. 강 박사는 "민간 시설과 더불어 이런 공공 시설을 활용해 걷기 프로그램을 접목하면 새로운 길 문화를 여는 선도 거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 박사는 "갈맷길이 열리기 시작한 지도 이제 2년이 지난 만큼, 전체 코스의 정비 및 조정, 안내체계 개선, 민간단체와 시, 군, 구의 업무분장 등 전반적인 관리 운영 방안이 정리돼야 한다"면서 "갈맷길을 통해 더 건강하고 여유로운 도시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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