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어·수리 변별력 확보…외국어 1등급이 2등급 역전
- 논술·면접·내신 주요 변수로, 상위권 "곧장 논술 준비"
- 전문가들 "1점차로 당락, 동점자 처리방식 등 꼼꼼히"

	30일 부산 동구 초량동 부산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초조한 표정으로 수능성적표를 보고 있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201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가 배부된 부산고 3학년 교실은 담담함 속에서도 긴장감이 감돌았다. 쉬운 수능으로 점수에 대해서는 큰 실망감은 없었으나 전반적으로 점수가 상향평준화함에 따라 특히 중상위권 학생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언어 수리 외국어를 비롯해 과학탐구 3과목 중 1과목을 제외하고는 모두 1등급을 받은 전성윤(18) 군은 "가채점대로 표준점수와 등급이 잘 나오긴 했지만 수시에서는 이미 탈락해 정시 선택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전반적으로 상위권 점수가 잘 나왔기 때문에 이 점수로도 안심을 못한다. 곧바로 정시 논술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모의평가 수준으로 점수가 나왔다는 서순신(18) 군은 "만족할만큼의 성적이 안 나와 불안하다"며 "수시의 수능 최저학력 기준에는 맞긴 하나 나머지 평가가 아직 남아있고, 정시도 배치표를 보고 판단할 것이기 때문에 확실한 건 없다"고 말했다.

이 학교 안효덕 고3부장교사는 "상위권은 모의평가 점수 수준 또는 조금 오른 것 같은데 중하위권 성적이 잘 나오지 않은 것 분위기"며 "쉬운 수능으로 재수생이 강세를 보여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2012학년도 수능에서 언어 수리 외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이 전년에 비해 3~14점 낮아지는 등 전반적으로 쉽게 출제됐다. 언어와 수리 영역은 만점자 비율이 0.2~0.9%대로 어느 정도 변별력이 확보됐으나, 외국어는 3%에 근접하는 등 역대 최고로 쉬운 시험이 돼 수험생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외국어 영역은 문제 1개만 틀려도 2등급으로 내려갔기 때문이다. 탐구 영역도 표준점수 최고점 차가 6점(사탐)과 8점(과탐)으로 비교적 적어 큰 변수는 되지 않을 전망이다.

경혜여고 천복현 진로진학상담교사는 "외국어와 탐구는 변별력이 거의 없고 언어와 수리가 그나마 변수가 되고 있다. 외국어 영역은 EBS 교재를 그대로 베껴 낸 수준이어서 1등급(6.53%) 비중이 2등급(5.28%)을 역전하는 현상이 빚어지는 등 평가로서 의미가 없다고 수험생들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쉬운 수능으로 전반적으로 점수가 상향평준화하면서 점수대가 두터워진 중상위권을 중심으로 수험생들의 입시전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수능 100% 전형을 제외하고는 수능 점수보다 논술 면접 등 대학별고사와 내신(학생생활기록부)이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교육청 진로진학지원센터 권혁제 교육연구사는 "정시에서는 수능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나 올해처럼 쉬워서 1점차로 당락이 갈릴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전형요소인 학생부나 대학별고사의 중요성도 무시할 수 없게 됐다"며 "중상위권을 중심으로 동점자가 많이 나올 수 있어 동점자 처리 기준 방식 등을 꼼꼼히 살펴보고 정시 지원 대학과 학과를 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험이 쉬워 전반적으로 표준점수는 낮아졌지만 상중하위 점수대별로 표준점수 총점의 변동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입시 전문가들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