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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갈맷길 2.0 <9> 길이 도시를 바꾼다

해발고도·노면 상태까지 안내… 쉽고 편안해진 테마길

  • 박창희 기자 chpark@kookje.co.kr
  •  |   입력 : 2011-12-05 20:54:21
  •  |   본지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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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적인 분석 프로그램 적용, 2~4개 구간 묶어 각 코스로 개발
- 역사·문화까지 접목 관광상품화
- 佛 랑도네협회 같은 법인 만들고 안내센터 조성 등 통합관리해야

5일 최종 보고된 '갈맷길 조성 및 관리 운영 실시계획(안)'은 갈맷길의 접근성을 높이고, 스토리텔링 요소를 강화하면서 지속가능한 관리 운영 방안까지 제시, 진일보한 갈맷길의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복잡한 갈맷길이 '9개 코스 21개 구간'으로 재구성돼 안내체계가 정비될 경우, 외지인이라도 길 찾기에 별 무리가 없을 전망이다. 갈맷길이 보다 '생태적으로' 진화되는 모습이다.

■핵심 코스 재구성

부산시는 지난해 봄 해안길, 강변길, 숲길, 도심길 등 유형별로 총 21개 코스(302.5㎞)를 선정해 홍보해 왔다. 하지만 기·종점이 명확하지 않은 데다, 단절구간이 적지 않았고 일부 코스는 접근성마저 떨어져 이용에 어려움이 따랐다. 각 코스별 길이도 20~30㎞씩으로 대책없이 길어 현실성이 떨어지는 면이 있었다. 이번에 제시된 '9개 코스 21개 구간'은 이 같은 문제점을 상당부분 해소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한 개의 코스 안에 2~4개의 구간을 포함시켜 연속성을 꾀했으며, 제1코스 종점은 제2코스 시작점으로 잡아 단절구간을 최대한 없앴다. 연구 용역을 담당한 부산발전연구원 강기철 박사는 "길을 연결한다는 측면에서 구간의 중복을 피하고 단절 없이 부산지역을 걸어서 종주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정리된 코스가 9개(그림 참조). 1코스(32.3㎞)는 기장 임랑해수욕장~칠암~일광해수욕장~기장역~대변항~용궁사~문탠로드, 3코스(38.8㎞)는 오륙도 유람선 선착장~부산진시장~국제시장~남항대교~태종대 유원지 입구, 6코스(33.6㎞)는 낙동강 하구둑~삼락 강변공원~삼락IC~운수사~백양대~성지곡 수원지까지 이어지는 형태다.

이 과정에서 신규 및 연결 구간 6곳이 새로 들어갔고, 장산너덜길 등 6개 구간은 연계성 및 고도 등을 감안해 제외됐다. 제외된 곳들은 별도의 갈맷길로 운영 관리된다.

연구팀은 갈맷길 일부 구간이 동해안 해파랑길과 남해안 그린웨이 등 광역 탐방로와 겹친다는 점에 주목, 상호 연계를 꾀하면서 국비를 확보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테마 걷기 및 편의시설 확충

이번 용역에선 갈맷길의 등급제(난이도 구분) 도입 및 계절별 선호 유형, 역사 문화 경관 체험 등 테마별 걷기 방안이 제시했다. 길 걷기를 통한 재미와 추억을 만들어주고 관광상품화를 겨냥한 전략이다.

갈맷길의 코스별 등고선을 제시해 난이도를 상·중·하로 분류, 선택적 탐방이 가능하도록 한 것은 흥미로운 연구다. 연구팀은 테라 익스플로러(Terra Explorer) 6.0을 활용하여 해발고도 및 노면폭, 노면상태 등을 과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테면 5-2코스(강서 눌차초등~연대봉~동선방조제~눌차초등), 6-2코스(삼락IC~운수사~바람고개~성지곡 수원지)는 난이도 상으로 분류됐다. 이곳은 노약자나 어린이 등이 걷기엔 무리가 따른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갈맷길이 가진 다양한 식생과 경관을 감안, 이용자 설문조사를 통해 계절별 선호 유형도 제시하기로 했다. 예컨대, 봄에 벚꽃과 유채꽃이 좋은 곳은 8코스, 낙엽 지는 풍경이 특히 아름다운 길은 9코스가 좋다는 식이다.

길 안내센터와 외지 여행객들을 위한 게스트하우스 설치도 중요 관심사다. 연구팀은 현재 오륙도 선착장 근처에 추진되는 해파랑길 안내센터를 비롯, 권역별로 3~4개의 안내센터가 필요하고, 길 정보 제공과 걷기꾼들 간의 교류를 유도하는 게스트하우스 설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강 박사는 "민간 게스트하우스가 활성화되기 전까지 템플 스테이나 공공 수련원을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했다.

■갈맷길 활성화를 위한 제언

5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갈맷길 조성 및 관리 운영 실시계획' 최종 보고회에서는 전문가들의 다양한 제언이 쏟아졌다.

부경대 양위주(관광경영학) 교수는 "코스 재구성에 따른 안내체계 정비가 요구되고, 갈맷길 등급제의 경우 합리적인 평가시스템이 필요하다"면서 "갈맷길 전용 홈페이지 구축도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갈맷길의 체계적 운영 관리를 위한 가칭 '(사)부산 갈맷길' 설립 추진과 관련, '인생길 따라 도보여행'의 양승오 대표는 "걷기 전문조직이 난립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기존의 (사)걷고싶은부산을 확대 개편해 민관 거너넌스를 강화하는 방향이 좋겠다"고 지적했다.

부산 남구걷기동호회 한장석 회장은 "정리된 갈맷길 총 길이가 약 280㎞라는 점에서 낙동강 700리를 연상케하는 하는 '갈맷길 700리'식의 상징을 부여하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부산시의회 권오성 시의원은 "갈맷길에서 길을 잃었을 때 어디로 연락해야 할 지 막막하다"면서 갈맷길 대표전화 신설을 주문했다. 그는 또 "길은 꿈틀거리는 유기체와 같은 만큼 시민운동을 하듯이 민관이 함께 가야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 갈맷길 용역 총괄한 황영우 선임 연구위원 인터뷰

- "안내책자와 지도에 등급 표시… 후대에 물려줄 만한 길"

"갈맷길은 부산의 자랑입니다. 그렇지만 찾아가기가 힘들다는 얘기가 많았지요. 따라서 접근성과 쾌적성을 살리는데 초점을 두고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궁극적 목표는 길을 통한 생태도시 조성입니다."

'갈맷길 조성 및 관리 운영 실시계획'의 연구용역 책임자인 황영우(51·사진) 부산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얼굴엔 노독(路毒)이 가시질 않고 있었다. 10개월 넘게 갈맷길을 붙잡고 오달지게 씨름하는 동안 안팎에서 '갈맷길 전문가'란 별칭도 얻었다.

이번 용역의 중요한 성과로 그는 갈맷길의 등급제 도입을 꼽았다. "내부 토론과정에서 테라 익스플로러(Terra Explorer) 6.0의 존재를 알았고 갈맷길의 노선을 올려보니 의미있는 등고선이 그려졌어요. 앞으로 만들어질 안내지도와 책자에는 이게 입체적으로 담기게 될 겁니다. 코스 선택에 상당한 도움이 되겠지요."

그동안 시와 구·군, 민간 사이에서 애매하게 다뤄졌던 갈맷길의 운영 관리 문제에 대한 대안도 제시했다. 황 연구위원은 "길은 그냥 놔두면 폐도가 되거나 사라진다. 운영 관리의 방향은 민관 협력을 통한 전문기구로 갈 수밖에 없다"면서 "(사)제주올레나 (사)숲길과 같은 모델이 있어 논의만 모으면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개인적으로는 민관 협력 체제가 공고한 프랑스 랑도네협회 형태의 모델이 좋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그는 갈맷길의 오늘보다 내일을 더 걱정했다. "갈맷길은 우리 세대만 누릴 길이 아닙니다. 자손대대로 이 길에서 건강과 평화, 행복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죠. 그러자면 지금 원칙과 기준을 만들어놔야 합니다. 생태적 가치에 부합하고 공존, 소통의 정신이 흐르는 길로 말입니다."

황 연구위원은 "이번 보고서 작성이 마무리되면 전국의 좋은 길들을 골라 차례차례 걸어볼 작정"이라고 말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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