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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1년 부산 남구 감만동에서 미군병사가 찍은 '감만동 아이들'. 전쟁 통이어선지
폼과 표정들이 걸작이다. 향토사료연구가 김한근 씨 제공 |
#1. 으아, 악동들! 걸작이야. 눈들이 어글어글 멀뚱멀뚱하구나. 너희들 몇 살이야? 여남은 살이라고! 저 꼬맹이 숙녀들 좀 봐. 치마저고리에 쇼트커트라니! 이름 한번 붙여볼까. 숙이, 말자, 돌이, 철이, 분이, 훈이, 돌쇠, 끝분이(왼쪽부터). 돌이는 웬 '삽총'? 칭칭 감아올린 저 바짓가랑이 좀 보소. 씩씩한 농자로고. 한국전쟁통에도 천진난만한 미소를 잃지 않았구나. 볼수록 그립고 앳된 얼굴들. 바다로 이어지는 아련한 논두렁길. 추억의 탯줄인 저 논두렁길을 자박자박 따라가면 '악동 할아버지'들을 만날 수 있을까.
#2. 1951년 부산 남구 감만동에서 미군병사가 찍었다는 '감만동 아이들' 사진이다. 단지 사진일 뿐인 것을 상상력을 동원해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을 하자, 이야기가 꿈틀거릴 듯하다. 천연덕스러운 아이들이 악동으로 바뀌고, 옷차림, 신발, 표정, 눈빛 하나 하나가 흥미로운 얘깃거리로 둔갑한다. 스토리텔링의 힘이다.
감만1동 주민자치회는 이달 초 감만동의 어제와 오늘, 내일을 할아버지와 아버지, 아들 세대 즉 삼대(三代)가 이야기하는 형태로 풀어낸 '감만삼대(三代)'라는 작은 책자를 펴냈다. '감만동 아이들' 사진도 이곳에 실려 있다.
#3. 부산 서구 서대신동 꽃마을에는 최근 '구덕령 산적 이야기 벽화'가 그려졌다. 부산자연예술인협회(대표 성백)가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하나로 작가와 주민, 아이들 18명을 참여시켜 만든 스토리텔링 벽화다. 높이가 약 1m, 길이가 약 8m로 아이들 눈높이에 맞췄다. 이야기가 제법 흥미진진하다.
구덕령은 구덕산과 엄광산 사이 해발 226m의 고개로, 19세기 개항 이후 부산포와 구포장을 연결하던 유일한 지름길이었다.
이곳을 장꾼과 보부상, 의병, 어부 등이 오고 갔는데, 이를 노린 산적이 자주 출몰했다는 것. 꽃마을의 나이 든 어른들은 구덕령 일대에 산적바위와 이를 피하기 위해 망을 보는 망바위가 있었다고 증언한다.
#4. 문화산업계에서 스토리텔링이 여전히 화두다. 스토리텔링을 지역에 부를 가져다줄, 이제 막 발견된 광맥(鑛脈)인양 얘기한다. 그런데 뭔가 허전하다. 스토리의 자료 또는 원형이 콘텐츠로 연결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국제신문이 지역 스토리텔링의 가능성과 한계, 스토리 광맥의 실체를 찾아보는 시리즈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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