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침몰해 1명이 숨지고 10명이 실종된 부산선적 트롤어선 739건아호가 조업 금지구역인 울산 앞바다에서 사고가 난 까닭이뭘까?

전 세계적으로 어획량이 감소해 가격이 오른 '오징어'가 원인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27일 울산해양경찰서에 따르면 트롤어선인 건아호는 높은 파도 속에 동경 129도43분27초 울산 간절곶 해안 동쪽 15마일(24.14㎞) 해역에서 오징어를 잡다가 침몰했다.

수산자원관리법상 트롤어선의 조업 구역은 동경 128도를 기준으로 한 서쪽 바다. 128도 동쪽 바다에서는 트롤어선이 어업행위를 못하게 돼 있다고 해경은 설명했다.

동경 128도는 남해의 미조도에 해당하는 곳이다. 트롤어선은 남해 미조도를 경계로 서쪽에서는 고기를 잡을 수 있으나 부산, 울산, 포항 앞바다 등 동해에서는 고기를 잡을 수 없다.

건아호는 동경 128도에서 동쪽으로 103마일(165.8㎞) 떨어진 사고 해역에서 조업하다가 침몰했다.

한국트롤협회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근해에 수산 자원이 고갈되고 있으나 동해에서는 오징어가 많이 잡힌다"며 "조업하면 안 되는 줄 알면서 생계를 위해 동해로 오징어를 잡으러 다닌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나라 트롤어선은 모두 52척인데 총 연간 어획량의 80%가 오징어"라며 "특히 최근 오징어는 세계적으로 어획량이 줄어들면서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원양어선이 남서태평양 포클랜드와 뉴질랜드에서 잡는오징어 어획량은 2008년 18만1천780t에서 지난해 6만5천416t으로 64% 줄었다.

올해 들어 지난달 말 현재까지는 6만3천575t으로 2008년보다 65% 감소했다. 오징어가 많이 잡히는 포클랜드에서 어획량이 감소하면서 오징어 가격이 상승했다.

이 때문에 러시아에서 거제도와 제주도 동쪽 동중국해 사이의 바다를 오가는 근해 오징어를 잡으려고 동해까지 진출하는 중국 어선이 급증하고 있다.

동해지방해양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북한과 러시아 해역에서 주로 오징어를 잡으려고 우리나라 동해를 지나간 중국 어선이 지난해 440척었으나 올해는 지난달 말까지 1천299척으로 2.95배 늘었다"고 밝혔다.

울산해경의 한 관계자는 "건어호가 수산자원관리법상 조업구역을 위반한 것은 사실"이라며 "실종 선원 수색작업과 별개로 선주를 상대로 왜 조업구역을 위반했는지 조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