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사, 고객보호 허술 도마
다른 사람의 보험카드와 비밀번호만 입수하면 계약자 본인이 아닌데도 약관대출, 해지 등 대부분의 보험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까? 설마 그럴 수 있을까 싶지만 부산에서 그 같은 일이 발생, 일부 보험사들의 허술한 고객보호가 도마에 올랐다.
부산 연제경찰서는 훔친 보험카드로 자동화기기를 통해 보험약관대출을 받고, 보험을 해약해 해약금까지 가로챈 혐의(절도 등)로 서모(47) 씨를 구속했다고 20일 밝혔다.
서 씨는 지난 2일 낮 12시께 부산 연제구 연산동 한 노상 주차장에 세워 둔 A(여·48) 씨의 승용차 창문 틈으로 손을 넣어 차안에 있던 지갑을 훔친 뒤, 지갑 속 신용카드와 보험카드 체크카드 등을 이용해 현금인출, 보험해약, 보험약관대출 등의 방법으로 총 6회에 걸쳐 470만 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범인 서 씨가 이 같은 대범한 일을 벌일 수 있었던 것은 지갑 속에 여러 카드에 적용되는 비밀번호 메모지가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서 씨는 이 비밀번호를 활용, 신용카드로는 자동현금지급기에서 현금을 인출하고, 보험카드로는 보험약관대출을 통해 즉석 인출했다. 또 보험 2건을 해약해 그 해약금을 A 씨의 계좌로 이체한 후 인출했다. 서 씨는 이 돈 가운데 일부는 도박빚을 갚는데 쓰고 나머지는 유흥비로 탕진했다.
문제는 일부 대형 보험사의 경우 보험카드와 비밀번호만 있으면 본인 확인 절차도 없이 자동화기기를 통해 대부분의 보험관련 업무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경찰은 "비밀번호를 허술하게 관리한 잘못도 물론 있지만, 고객 편의 제공이라는 명목으로 본인 확인 절차도 없이 대출, 해약 등이 가능토록 한 보험사들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반면, 보험사를 관리 감독하는 금융감독원 관계자들은 보험카드의 존재 유무조차 잘 모르고 있는 등 부실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