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사의식 고려 않고 뽑아…일부 잡담 일관, 대충 수업
- 수업 충실 여부에 상관없이 보고서만 제대로 내면 그만, 활동 평가방법 개선 필요
- 멘티 학습의지 없는데도 인원 모자라면 강제동원도
부산시교육청은 25일 '멘토링 사업이 잘되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실제로 현장에서 멘토링 사업이 심각하게 곪아있다는 사실을 시교육청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멘토링 사업은 시교육청이 2007년부터 시작했다. 지난해 시교육청은 중·고등학교의 방과후학교 멘토링 사업에 12억 원이 넘는 예산을 배정했다. 기부금과 기부 물품을 포함하면 40억여 원에 이른다. 시교육청은 이 돈으로 멘토 3000여 명, 멘티 1만여 명을 꾸렸다. 또 지난해 다문화·탈북 학생 멘토링은 예산이 12억9000여만 원, 멘토와 멘티는 각각 425명이었다.
멘토링 사업은 시교육청이 예산 지원과 멘토들의 학교 배정을 담당하고, 부산지역 각 대학은 멘토들을 선발·관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교육청과 대학들이 멘토의 관리를 소홀히 하고 부적합한 멘토와 멘티들을 선발하면서 다양한 문제들을 낳고 있다.
■잘못된 멘토-멘티 선발 방식
대학생 오모(23) 씨는 지난해 학교에서 주최한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2번의 시험을 쳤다. 1차는 서류전형, 2차는 필기시험이었다. 오 씨는 "오리엔테이션에서 교육학 관련 책을 받았고 며칠 후 시험을 친 것이 전부였다. 멘티들을 이끌어야 할 멘토를 면접도 보지 않고 단지 시험으로 뽑는 것이 이상했다"고 말했다. 멘토의 역할은 단순히 공부만 가르치는 기능적인 부분만 아니라 지속적인 대화로 정서적인 도움까지 주는 데 있다.
하지만 현행 방식은 멘토를 희망하는 학생의 봉사의식 수준은 고려하지 않고 오직 기능적인 부분만으로 멘토를 선발한다. 이 때문에 스펙쌓기나 용돈벌이로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가한 일부 대학생들도 뽑히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학생들은 대부분 '일회성' 멘토링에 그치고 있으며 이는 고스란히 멘티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멘토뿐만 아니라 멘티 선발 과정에도 문제가 있다. 부산지역 한 중학교에서 멘토링을 담당하는 한 교사는 "교육청에서 내려온 공문의 취지대로 저소득층 학생을 선발하려면 본인의 자존심과 주위의 눈들이 걱정되고, 어느 정도 형편이 되는 상위권 학생을 선발하려면 기본 취지가 무색해져 쉽게 결정하기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지원자를 받아 멘토링을 운영하지만 인원이 차지 않을 경우 강제로 동원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학습 의지가 없음에도 뽑힌 학생들로 수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일이 빈번하다.
■적절한 평가 수단도 없어
멘토링 활동을 평가할 적당한 수단도 없다. 매달 멘토가 작성해 제출하는 보고서가 유일한 평가 방법이다. 수업의 충실 여부와 상관없이 보고서만 그럴듯하게 쓰면 되기 때문에 많이 악용되고 있는 형편이다. 대학생 김모(22) 씨는 "멘티들이 공부에 흥미가 없어서 잡담이나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대신 보고서에 신경을 써서 활동비와 학점을 무난하게 받았다"고 말했다. 심지어 다문화 멘토링에 참여했던 최모(21) 씨는 "부모가 한국어를 잘 모르는 경우 보고서에 필요한 부모 사인을 위조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시교육청이나 학생들을 선발·관리하는 해당 대학의 현장 점검도 없었다. 부산대의 경우 지난해 멘토들에게 전화만 한 차례씩 했을 뿐 현장의 진행 사항에 대해서는 별도로 체크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저소득층 학생 위주로 멘티를 선정하는 것이 본연의 취지인데, 학교 현장에서는 사실 여의치 않다"며 "최대한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