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지대상자 5년 사이 157%↑, 담당 공무원은 21% 증가 그쳐
- 전산망 자료 관리에도 벅차 사무실에 발묶여 현장 소홀
"솔직히 기초수급자들이 잘 살고 있는지, 못 살고 있는지 생각도 못 합니다."
2일 부산 사하구의 한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은 본지 취재진에게 이같이 털어놨다. 그의 말은 업무가 워낙 많아서 기초생활수급자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신경쓸 여력이 없다는 뜻이다. 2012년 한국의 복지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깔때기론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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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초수급자 박모(56) 씨가 부산 북구 덕천1동 주택가 뒷산에 쳐놓고 살던 텐트. |
깔때기론은 중앙정부로부터의 복지 정책은 쏟아지지만 정작 일선 읍·면·동에서는 사회복지사가 적어 정책이 기초수급자에까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병목현상을 지적하고 있다. 이는 간단한 복지 통계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만든 '복지전달체계 개선방안'을 살펴보면 복지 관련 예산은 2006년 56조 원에서 2010년 81조 원으로 44.6% 증가했다. 복지 대상자도 2006년 395만 명에서 1017만 명으로 무려 157% 늘었다. 그러나 복지를 담당하는 공무원은 2006년 1만8512명에서 2만2416명으로 21% 증가하는 데 그쳤다. 2만2416명 중 복지를 맡고 있는 행정직 공무원을 제외한 순수 복지직 공무원은 1만2126명이다. 사업과 예산 규모가 엄청나게 커졌지만 담당 공무원들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형편이다.
보건복지부는 2010년부터 사회복지통합전산망을 운영하면서 병목현상 해결에 나섰지만 오히려 이를 부채질한다는 의견이 높다. 통합전산망은 기초생활수급자, 기초노령연금 수급자, 보육 대상자까지 광범위하게 관리한다. 여기서 주의 깊게 볼 대목은 통합전산망이 자료 관리에 치우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수급자 등의 상황 변화를 체크해 수급 자격이 되는지를 판단만 할 뿐 기초수급자 등의 실제 생활 관리는 하지 못하는 것이다.
■사무실에 묶인 복지 공무원들
통합전산망이 운영되면서 일선 읍·면·동의 업무 중 상당 부분이 구·군으로 옮겨졌다. 담당 공무원도 일부 읍·면·동에서 구·군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통합전산망을 관리하는 구는 방대한 자료를 정리하느라 담당 공무원들이 밤늦게까지 일하기 일쑤다.
읍·면·동의 현장에서 활동하는 복지 공무원들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사하구 다대1동의 경우 4명의 복지담당 공무원이 기초생활수급자 2200세대를 담당한다. 1인당 거의 500세대가 넘게 맡고 있다. 북구 덕천1동은 그나마 상황이 나아서 4명이 1100세대를 관리한다.
읍·면·동의 복지 공무원들은 밀려드는 상담과 정부양곡 신청, 전출입 관리 등의 업무가 밀려서 가정 방문을 통한 관리는 엄두도 내지 못한다. 복지의 현장은 없고 사무실 행정만 남은 꼴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오는 2014년까지 복지 공무원을 7000여 명 늘리기로 했다. 당장 부산도 오는 3월에 162명의 복지 공무원을 새로 선발하고 2014년까지는 총 300여 명을 충원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791명에서 1100명으로 늘어나게 돼 그나마 이들의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부산의 한 복지 공무원은 "예산도 엄청나고 사업도 기억하기 힘들 정도로 많지만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앞으로 새로운 인력이 보충되지만 실제로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