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시의료원에 구색만 갖춰
부산시가 지난달 부산의료원에 마약환자를 위한 격리병상을 만들고 치료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하지만 시는 마약병동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고 있다. 마약환자 격리병동을 급하게 만들 수밖에 없었던 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14일 시에 따르면 지난달 보건복지부가 부산시에 마약환자 치료 시설이 있는지 문의해왔다. 경기도에 사는 한 여성이 경찰에 마약복용 사실을 자수한 뒤 치료를 요청해왔는데 주소가 부산으로 돼 있어 치료를 맡아줄 곳이 있는지 물은 것이다. 그러나 시는 지역 내에 별도의 마약환자 격리병동이 없다는 점을 들어 난색을 표시했다. 다행히 해당 여성이 경기도에 머물기를 희망해 부산까지 내려오진 않았지만 시로선 곤혹스러운 순간이었다.
그동안 시는 지역의 마약환자에게 경남 창녕군 국립부곡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도록 안내해왔다. 마약환자 치료에는 격리 시설과 전담 의료진, 상담사 등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일반 병실과 같이 있을 경우 일반인에게 마약을 전파할 우려가 있는 데다 재활 치료가 워낙 힘들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까닭이다.
하지만 지난해 4월 국립부곡정신병원의 내부 사정으로 약물중독치료실이 문을 닫게 된 뒤부터 더는 환자를 받기 어려워지면서 시의 고민은 시작됐다. 시는 부산의료원으로 하여금 서둘러 정신과 병동 내에 마약병실 1곳(2병상·18㎡)을 만들게 하고 격리문과 CCTV(폐쇄회로)등을 설치했지만, 마약환자를 관리할 전담 인력 확보는커녕 상담·치료 프로그램조차 마련하지 못했다. 또 구색만 갖춰놓은데다 일반 환자들과의 접촉도 우려된다.
시는 부산의료원에서 마약병실을 계속 운영하기보다 정부가 나서 별도 시설을 마련해주길 바라고 있다. 시 관계자는 "1년에 치료를 희망하는 마약환자가 한 명이 될까말까 한다. 이를 위해 전담시설을 만들고 의료진까지 배치하는 것은 예산 낭비 성격이 짙다"며 "차라리 동남권 거점병원을 지정해 운영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돼 정부에 이를 건의할 예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