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서장 "불이행"… 강력 반발

울산지검과 양산경찰서가 피의자 신병처리를 놓고 정면 대립, 검경 수사권 갈등이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울산지검 A 검사는 지난 21일 관할 구역인 양산경찰서에 '유치장 감찰'을 나왔다. 이날 A 검사는 감찰에 앞서 이 경찰서 수사과장을 만나 '지난 13일 상습협박 피의자를 수사한 형사팀을 불법체포 혐의로 입건하라'고 말했다.

양산경찰서 이동환 서장은 27일 이 같은 내용의 글을 내부 전산망과 SNS(소셜네트워크 서비스)에 올렸다. 이 서장은 "피해자 인권보호를 위해 열심히 수사한 강력팀을 형사입건하거나 징계할 의사가 없다"며 검찰의 지시를 단호하게 거부했다.

사건의 발단은 피해자인 한 시민이 지난달 11일 '국민신문고'에 하소연하면서 비롯됐다. 피해자는 지난해 2월 양산시 동면으로 이사를 온 뒤 누군가 자신의 아파트 현관 앞에 오물과 쓰레기 등을 200여 차례나 버리고 달아나자 아내와 함께 불면증에 시달렸다. 어린 두 딸은 집밖을 못 나갈 정도로 공포에 떨었다. 경찰은 수사에 나섰고 범인은 피해자의 아파트 아래층 사람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지난 10일 피의자에 대해 체포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13일 기각했다. 피의자가 피해자의 생명과 신체 등에 대하여 해악을 고지하기 위한 것인지 여부가 불명확하고,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였다. 경찰은 보강수사로 지난 19일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검찰은 이를 또 기각했다. 경찰이 피의자에 대해 출석하도록 노력하지 않고, 임의동행한 뒤 범행을 부인하는 피의자를 긴급체포했다는 이유였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전화로 피의자를 데려오라고 지시했고, 경찰은 서면지휘를 요청했다.

이 서장은 "검찰 측의 부적절한 언행으로 경찰관들이 상처를 받았다. 이와 같은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검찰이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