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급은 빚 갚는 데 쓰고 금품 빼돌려 생계 유지, 50대 남성 불구속 입건
마트에서 현금과 생필품을 훔친 5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조사에서 이 남성이 털어놓은 이야기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대형 마트가 얼마나 많은 소상공인들을 벼랑 끝으로 몰고가는지 단적으로 보여줬다.
박모(52) 씨는 지난해 초까지 대구 수성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몇 년째 소형 마트를 운영한 어엿한 사장님이었다. 평생 마트에서만 일해온 덕에 마트 운영이라면 자신 있었다. 장사가 한창 잘될 때는 배달 나갔다 돌아와서 자리에 앉을 틈이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어느 날 불어닥친 대형 마트의 광풍은 박 씨를 그대로 내버려두지 않았다. 마트 주변에 대형 마트가 하나둘 생기자 단골손님들이 줄줄이 발길을 끊었다. 결국 마트는 문을 닫았고, 박 씨는 빚만 잔뜩 안은 채 고향인 부산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6월 박 씨가 찾은 일자리는 얄궂게도 북구 화명동의 한 중형 마트 종업원이었다. 늦은 나이였지만 젊은 아르바이트생 못지않게 힘든 일도 척척 해냈다. 마트 사장 김모(51) 씨는 그런 박 씨에게 믿음이 갔다. 또 동년배인 박 씨의 처지가 남의 일 같지도 않았다.
지난해 11월 사장 김 씨는 박 씨에게 북구 구포점 점장 자리를 맡겼다. 그동안 성실하게 일해온 데다 마트를 운영해왔던 경력이 있어 박 씨에게 신뢰가 갔기 때문이다. 박 씨가 한 달 월급으로 손에 쥐는 200만 원은 넉넉지는 않았지만 고등학생인 아들과 처가 함께 먹고 살기에 크게 부족한 돈은 아니었다.
문제는 마트를 정리하고 떠안은 빚이었다. 일해서 버는 수입은 그대로 빚 갚는 데 모두 나갔다. 결국 박 씨는 필요한 현금과 먹을거리를 마트에서 슬쩍해서 생계를 유지해나갔다. 박 씨는 돈이 필요하거나 찬거리가 필요하면 사장과 동료가 퇴근하고 마트가 비는 때를 기다렸다. 관리를 위해 가지고 있던 열쇠로 마트에 들어가 현금과 생필품을 빼돌렸다.
이렇게 지난 1월 7일 밤 11시께 금고에 있던 현금 100만 원과 쌀 1포대를 훔치는 등 점장으로 있던 지난해 11월 1일부터 지난 1월 20일까지 3개월 동안 30차례에 걸쳐 2000만 원에 달하는 현금과 휴지, 우유 등 생필품을 훔쳤다. 2, 3일에 한 번은 범행을 저지른 셈이다.
박 씨의 이 같은 범행은 매출이 급감하는 점을 수상하게 여긴 사장 김 씨가 경찰에 신고해 덜미가 잡혔다. 경찰은 CC(폐쇄회로)TV를 분석한 끝에 범행을 확인하고 박 씨를 붙잡았다. 부산 강서경찰서는 22일 박 씨를 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