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오 경찰청장이 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수원 20대 여성 납치 살인사건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사의를 표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 野 '정권 심판론' 빌미 우려
- 임기말 공직기강 붕괴 차단
- 차기 김기용·이강덕 등 거론

이명박 대통령이 9일 조현오 경찰청장의 사의를 즉각 수용키로 한 것은 임기 말 공직기강 확립과 총선 악재를 조기에 진화하려는 의지로 읽힌다.

이 대통령 주재로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는 한마디로 '실망과 분노의 침묵'이 흘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회의에서 이달곤 정무수석으로부터 경기도 수원 20대 여성 살인사건에 대한 보고를 매우 심각하게 들은 이후 몇 초간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며 "국민의 생명을 지키겠다는 철저한 의지와 정신력, 이에 대한 책임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특히 총선을 앞두고 야당이 MB정부 심판론을 제기하는 상황에서 경찰의 초기 상황 오판, 허술한 초동대응, 부실한 수색이 적나라하게 밝혀지면서 조 청장의 퇴진은 이미 예고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또 조 청장을 임기(8월 말)까지 안고 갈 경우 민간인 사찰 사건 등으로 표면화되고 있는 임기 말 공직기강 붕괴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조 청장은 사의 표명 이후 피해자 A 씨의 유족을 만난 자리에서 "(경찰 대응 문제점에 대한) 조사 결과에 따라 파면도 가능하며 책임 경중에 따라 형사 입건도 할 수 있다"며 "정말 잘못됐고, 경찰이 무성의했던 점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차기 경찰청장 후보는 김기용 경찰청 차장(행시 특채)과 이강덕 서울경찰청장(경찰대 1기), 이성한 부산경찰청장(간부 31기), 강경량 경찰대학장(경찰대 2기) 등 치안정감 4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