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점검 결과가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 가동중지 가처분' 항고심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그 파장이 주목된다. 재판부가 고리 1호기의 안전성을 입증할 주요 증거자료로 이번 점검 결과를 채택할 경우 1심과 같이 한국수력원자력 측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부산지방변호사회는 11일 고리 1호기의 비상 디젤발전기와 전력계통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IAEA의 점검 결과가 발표되자 긴급환경특별위원회를 소집하고 앞으로의 재판 진행 방향과 소송 전략 마련에 몰두하는 모습이다. 

신청인인 부산변호사회 환경특별위원회 강동규 제1부회장은 "그동안의 한수원의 자체 조사나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조사 결과와는 달리 제3의 국제기구인 IAEA 점검단의 조사 결과를 재판부가 무시할 수 있겠느냐"며 "재판부가 IAEA 점검 결과를 고리 1호기의 안전성을 입증하는 객관적인 증거로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강 위원장은 이어 "IAEA 점검 결과로 고리 1호기의 안전성을 판단한다면 사실상 소송 자체가 무의미하다"면서 "한수원에서 이번 조사 결과를 법원에 증거로 제출하면 이를 검토한 후 반박할 자료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월 고리원전 정전 사고로 신청인 측에 승산이 있다고 판단되던 가처분 소송이 IAEA의 이번 점검 결과 발표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한 변호사는 "1심 때도 한수원이 잠재적인 위험요인에 대한 기술적 통제를 적절하게 수행하고 있다고 인정된다는 게 기각 사유였다"며 "이번에도 고리 1호기가 안전하다는 것이 증명되면 소송단은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송단에 이름을 올린 반핵부산시민대책위원회 등 시민단체들은 "친원전 성향인 IAEA의 형식적인 조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며 "이번 결과가 재판에 영향을 미쳐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반핵부산시민대책위원회 정수희 공동대표는 "한수원이 재판에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해 IAEA 점검을 요청했다"면서 "사고 전 안전 관련기기의 점검 기록과 주요 기기 교체 여부 등이 재판 과정에서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리 1호기 가동중지 가처분 항고심 4차 재판은 다음 달 17일 부산고법 민사8부의 심리로 열릴 예정이다. 이날 재판에서는 안전성 평가보고서 공개, 현장 검증, IAEA 조사단의 안전점검 결과 등에 대한 심리가 이뤄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