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융통성 없는 규정에 불만

"창문 하나 없는 법정이 숨이 막힐 정도로 더워도 에어컨을 작동할 수 없습니다. 에너지 정책에 업무의 특수성과 일의 능률을 감안했으면 합니다." 정부의 에너지 절약대책으로 법원 직원들과 민원인들이 '찜통 더위'를 하소연하고 있다. 에너지 절약에는 공감하지만 일괄적인 온도제한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다.

25일 오후 2시 부산 연제구 부산법원종합청사 내 한 법정. 때 이른 무더위 속에 재판이 시작됐지만 법정 내 냉방장치는 가동되지 않았다. 좁은 법정 안에 들어선 피고인과 방청객 등은 후텁지근한 공기에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재판을 진행하는 법관과 법원 직원들도 더위에 곤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한 방청객은 "에너지 절약에 누가 반대하겠느냐. 하지만 선풍기나 창문도 없이 꽉 막힌 법정에서 몇 시간 동안 재판을 받으니 너무 지친다"고 말했다.

법원 1층 민원실도 바깥 온도와 별반 차이가 없어 시민들의 불편이 가중됐다. 민원실 창구 내의 공무원이나 대기 중인 방문객 모두 손부채질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곳 직원은 "요즘 같은 더위에도 마음껏 에어컨을 가동하지 못한다"면서 "벌써 민원인들이 에어컨을 틀어달라고 아우성인데 본격적인 더위가 오면 걱정이다"고 말했다.

이는 이달부터 시행 중인 정부 지침 때문이다. 부산법원은 오는 9월 21일까지 냉방온도 28도 이상 유지, 오후 2~3시와 5시 이후는 냉방기 가동을 중지한다. 또 법원 청사 내 중앙승강기 6대 가운데 2대의 운행을 중단했다. 하지만 현장사정을 감안하지 않고 획일적인 기준에 따라 냉방온도와 승강기 제한 운영을 정하는 것에 대해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한 판사는 "판사실에서 법정까지 재판 관련 서류를 카트로 운반하는데 운행하는 승강기마다 만원이다 보니 승강기를 놓치기 일쑤"라며 "재판 전 도착해야 하는 서류가 혹시라도 늦을까봐 조마조마하다"고 말했다.

법원 관계자는 "획일적인 에너지 정책에 불만이 많지만 정부 지침에 따라 전국 법원이 참여하다 보니 따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