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부산 동구 범일동 데레사여고에서 부산카톨릭대학교 주최로 부울경 고교생 입학사정관제 모의 심층면접이 진행됐다. 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 희망대학 인재상 등 조사 필수
- 학과 지원동기 진솔하게 밝혀야
- 봉사활동서 느끼고 변한 점 설명

오는 8월 16일부터 2013학년도 대입의 첫 관문인 입학사정관제 전형의 원서접수가 시작된다. 지난해의 경우 8월 1일부터 시작한 입학사정관제 원서접수는 올해 들어 보름 정도 늦춰졌다.

입학사정관제 전형은 학력 또는 시험성적을 단순 평가해 신입생을 뽑는 대신, 각 대학이 수험생의 잠재력 인성 창의성 등을 다각도로 평가해 입학시키겠다는 것이 취지다. 따라서 전형 방법도 1단계에서 학생부 성적을 먼저 평가하고 2단계에서 자기소개서 등 각종 서류평가와 면접을 실시해 선발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통해 대학에 들어가려는 수험생들로서는 '처음 해보는' 면접과 자기소개서 작성 등이 낯설고 어렵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 대처하면 될까?

때마침 부산가톨릭대는 지난 4월부터 오는 8월 중순까지 일정으로 부산 울산 경남·북 20여개 고교를 찾아다니며 '2012학년도 모의면접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7일 부산 동구 데레사여고에서 부산가톨릭대가 개최한 '입학사정관제 모의심층면접'에 참여해 대비법을 알아봤다.

이날 모의심층면접에 참가신청을 한 데레사여고 학생은 24명. 부산가톨릭대에서는 입학사정관 4명을 파견해 학생 한 명 당 30분씩 심층면접을 진행했다. 면접장소에 도착하자 이 대학 원성현 입학홍보처장이 "옆방에서는 한 수험생이 자기소개를 하다 울먹거린 바람에 잠시 분위기를 가다듬고 있다"고 전한다.

"그런 경우는 감점요인이 되느냐"는 물음에 원 처장은 "그렇지는 않다. 입학사정관제 면접이란 것이 자신의 성장과정 등을 진솔하게 밝히고 사정관과 깊이 대화하는 자리여서 감정이 올라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중요한 것은 울거나 울지 않거나에 있는 게 아니라 이 과정에서 학생이 자신의 모습과 잠재력을 보여주는 데 있다"고 했다.

한 면접장에 들어서자 김가영(가명) 양이 입학사정관에게 한창 자기소개와 지망학과를 결정한 동기를 설명하고 있다. "평범한 가정에서 셋째 딸로 태어나 언니들이 먼저 한 경험을 들으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어릴 때 아버지께서 힘든 일을 겪어 집안이 살짝 흔들린 적이 있는데 가족이 함께 잘 이겨냈다."

끝까지 들은 사정관이 입을 뗐다. "많은 수험생이 자기소개를 할 때 시간대에 따라 자신의 성장과정을 나열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입학사정관제 전형은 재능과 잠재력은 좋지만 막상 성적은 충분히 나오지 않은 학생 등 미래가능성에 초점을 맞춘다. 그런 점에서 자신이 변화한 계기나 에피소드를 들려줬다면 좋았을 것이다".

자신이 목표로 한 학과에 지원한 동기와 봉사활동에 대한 가영 양의 답변을 들은 사정관은 또 한 번 날카롭게 지적했다. "가영 양의 학생생활기록부를 보면 3학년 때 목표학과가 바뀐 대목이 나오는데, 막상 면접에서는 지금 목표로 한 학과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춰놓은 인상을 받는다. 이럴 땐 진실성이 덜 느껴진다. 봉사활동 설명에서도 내가 실제로 느끼고 변한 점에 대해서는 별 설명이 없다."

옆방에서는 간호학과를 지망하는 이영주(가명) 양이 면접에 임했다. "왜 간호학과를 지망하느냐"고 사정관은 물었다. "원래 안정적인 교사를 지망했다. 그런데 고1때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할아버지에게 살갑게 대해드리지 못했다는 후회가 컸고 아픈 이를 돕는 직업을 택하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다. 간호사가 되면 할아버지도 좋아하실 것 같다." 답변 도중 영주 양의 목소리가 가볍게 떨리며 울먹였다.

그렇지만 영주 양은 이내 "우리학교에 개설돼 있지 않은 외국어과목이 좋아 독학으로 공부했는데 모의고사도 성적이 잘 나오고 있다. 원하는 일을 선택해 꾸준히 노력하면 역경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또박또박 말했다. 30분 동안 이뤄진 면접에서 영주 양은 잔실수를 했지만 씩씩했다. 사정관은 "영주 학생은 몇가지만 보완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격려했다.

이날 여러 면접사례를 취재하면서 수험생들이 면접경험 부족으로 막연한 부담감과 두려움을 갖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막연한 두려움'이 있다보니 갈팡질팡하며 정작 자신이 지원한 대학의 인재상, 학과의 커리큘럼 등 시간만 조금 투자하면 알 수 있는 정보를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원성현 처장은 "자신의 잠재력을 내보일 수 있는 구체적인 준비는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심층면접에 참여한 한 3학년 학생은 "내가 어떤 점에서 부족했는지 느끼는 계기가 됐다. 모의면접은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 원성현 부산가톨릭대 입학홍보처장

- "자기소개서, 두괄식 작성이 유리"
- 입학사정관에 깊은 인상 줄 수 있어
- 면접·자기소개서·학교생활기록부
- 밀접한 보완관계 형성… 일관성 중요

"대개 입학사정관제의 심층면접에서는 수험생이 대답을 찾지 못 할 정도의 어려운 질문은 하지 않습니다. 면접을 통해 이 학생의 잠재력은 무엇이고, 어떤 비전을 갖고 있는지 진솔한 대화를 통해 파악하는 과정이기 때문이죠."

부산가톨릭대 원성현 입학홍보처장(멀티미디어공학과 교수·사진)은 "이 면접은 정답을 찾는 게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원 처장은 "수험생들은 보통 모의수능시험을 여러 번 치르면서 수능시험 자체에는 어느 정도 대비가 돼 있지만, 면접에서는 그렇지 못하고 막연하게 대응하는 경우가 많다"며 "차분하면서도 구체적인 준비과정은 꼭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원 처장은 "막연하게 '당일 면접장소에 가면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태도를 경계하라"면서 그 대안 가운데 하나로 "입학사정관제 전형의 자기소개서를 쓸 때 일단 두괄식으로 쓰는 게 유리하다"는 지침을 강조했다. "많은 수험생이 자기소개서에서 막상 중요한 내용을 뒤에 쓰곤 한다. 하지만 비슷한 자기소개서를 계속 읽어야 하는 입학사정관들에게 이런 식의 전개는 깊은 인상을 주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기소개서는 곧장 면접과 직결된다. 원 처장은 "예컨대 수험생들에게 기억에 남는 봉사활동이나 학창시절의 체험에 대해 질문하면,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해봤다'는 답변이 돌아올 때가 많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정관과 대학이 알고 싶은 건 그게 아니다. "그 같은 활동과 체험을 통해 무엇을 느꼈고, 그로 인해 내 생활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말해달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이 학생의 인성과 미래 발전가능성을 파악하는 것이 면접의 목표이기 때문"이라고 원 처장은 밝혔다.

이 때 중요한 것이 일관성과 근거다. "면접에서 한 말은 수험생이 직접 쓴 자기소개서와 일치해야 합니다. 그런데 학생이 직접 쓴 자기소개서는 주관적일 수 있으니 타당한 근거를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학교생활기록부라고 할 수 있죠." 원 처장은 "면접-자기소개서-학교생활기록부는 서로 밀접한 보완관계를 형성한다"며 주의를 요청했다.

원 처장은 "수험생들이 학생기록부에 쓰는 자신의 진로 희망이 1학년부터 3학년까지 일관되게 동일한 직업이면 좋을 것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지는 않다"며 "정작 중요한 것은 자신의 진로희망이 중간에 바뀌었다면 왜 바뀌었는지, 3년 내내 바뀌지 않았다면 왜 그런지 근거를 조리있게 설명하는 것"이라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