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부 단체 반대에 눈치보기
- 무더기 기권 자기부정 논란
부산시의회가 35%에 이르는 기권표로 학습선택권 조례안을 부결시켜 스스로 존재가치를 부정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시의회는 24일 제221회 임시회 본회의에 상정된 '부산시 학생의 정규교육과정 외 학습선택권 보장에 관한 조례안 재의 건'을 재적의원 53명 중 51명이 배석한 가운데 찬성 27표, 반대 6표, 기권 18표로 부결시켰다.
이 조례안은 학생과 학부모가 방과후학교나 야간 자율학습 등에 대해 참가 여부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고, 학교장은 학생의 선택권과 관련해 어떤 불이익도 줘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적의원 과반 참석에 참석의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가결되는 이 조례안은 자동 폐기됐다.
문제는 시의원들이 지난 5월 9일 제219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이 조례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켜 놓고, 두 달 만에 스스로 통과시킨 조례를 뒤집는 '자가당착'에 빠졌다는 점이다. 시의원들은 지난 4월 이일권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조례안을 교육위원회와 본회의에서 단 한 명의 반대도 없이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하지만 뒤늦게 부산시교육청과 학부모총연합회 등 보수 성향의 단체들이 반대하며 재의를 요구하자 시의원들은 해당 지역구의 눈치를 보면서 입장을 바꿔나갔다. 시교육청과 보수 단체들은 개별 의원과 접촉하며 기권을 유도하는가 하면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에게 '표로 심판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으면서 부결을 유도했다.
한 시의원은 "이번 사태를 놓고 교육위 내부에서 의견이 갈리고, 교육단체 간 입장도 첨예해 기권표가 몰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의회에서 통과시킨 사안이 재의 절차를 거치는 것도 이례적인 일이지만 이에 대해 무더기 기권표가 나온 점은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다.
이에 대해 부경대 김창수(행정학과) 교수는 "시의원들이 교육정책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 없다 보니 표에 따라 부화뇌동하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기권으로 책임을 회피하려는 자세는 시민을 대표하는 시의원이 스스로 민의를 대변하는 권리를 내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습선택권 조례안 투표 결과(총 53명) |
불참(2명) |
배문철 이성숙 |
찬성(27명) |
강성태 권오성 김길용 김석조 김영욱 김정선 김척수 김흥남 노재갑 박석동 박재본 배종웅 송순임 신숙희 신태철 이경혜 이동윤 이산하 이상갑 이상호 이일권 이정윤 이해동 제종모 최형욱 황상주 황보승희 |
반대(6명) |
공한수 김수근 박중묵 이대석 이주환 최부야 |
기권(18명) |
권칠우 김기범 김름이 김상식 김선길 김영수 박인대 백선기 백종헌 손상용 오보근 이병조 이종택 이종환 이진수 이철상 전봉민 허태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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