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원의 회삿돈을 착복한 데 이어, 범행이 적발되자 "회사 비리를 폭로하겠다"며 회사를 상대로 협박을 일삼은 LG전자 직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박근범 부장검사)는 유령업체에 용역업무를 맡긴 것처럼 속여 8억원대 회삿돈을 가로챈 혐의(업무상 배임)로 LG전자 직원 윤모(42)씨와 박모(49)씨를 구속기소했다고 31일 밝혔다.

　이들은 부인들 명의로 설립한 유령업체 2곳이 번역 용역을 맡은 것으로 꾸민 다음 회사 법인카드로 결제하는 수법으로 2010년 5월부터 지난 8월까지 24차례에 걸쳐 3억1965만여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윤씨의 경우 이와 별도로 같은 수법을 통해 15차례에 걸쳐 1억3356만원을 착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2010년 4월부터 지난 4월까지 모 업체로부터 소프트웨어를 구입하는 것처럼 가장해, 회사가 부담하는 카드로 결제한 다음 70%를 되돌려받는 수법으로도 3억6312만여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따른 LG전자가 입은 손실은 8억1633만여원에 달했다. 회사 측은 뒤늦게 이들의 범행을 포착하고 지난 8월 감사에 착수했다. 그러자 윤씨 등은 회사에 타격을 입히는 전술로 대항하고 나섰다.

　이들은 우선 지난 9월 국책과제로 선정된 회사의 에어컨 관련 신기술이 담긴 컴퓨터 파일과 문서를 무단 유출하는 등 산업기술보호법을 위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빼돌린 자료는 문서만 쇼핑백 7개 분량에 달했다.

　아울러 같은 달 회사 임원들을 상대로 협박 e-메일을 보내 거액을 뜯어내려 했던 혐의(공갈미수)도 수사에서 드러났다.

　이들은 문제의 e-메일에서 "우리를 건드린 것은 실수한 것이다. 우리의 횡령 사실이 드러나면 국책과제 수행에 제한을 받아 회사가 어마어마한 손실을 입는다"거나 "10월 19일까지 29억원을 입금하지 않으면 국책사업 비리, 지경부 모 차관에 대한 접대 및 로비 등을 폭로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 직후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협박은 실패로 끝났다.

　검찰은 윤씨 등이 주장한 '지경부 로비' 부분도 계속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일단 해당 기술이 유출되지는 않은 것 같다"면서 "윤씨 등이 벌인 협박 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더 확인을 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노컷뉴스/국제신문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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