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소 간부들에게 거액의 뇌물을 전달한 혐의로 벌금형이 구형된 납품업체 대표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울산지법 제3형사부는 뇌물공여죄로 불구속 기소된 원전 납품업체 대표 배모(54) 씨에 대해 검찰의 벌금 2000만 원 구형을 깨고 징역 1년을 선고했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는 폐쇄적인 원전의 특성상 직원에게 납품계약의 절대적인 권한이 있다는 것을 알고 브로커를 이용, 금품을 제공하고 부패한 발전소 직원들을 통해 수많은 납품계약을 체결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 회사의 기술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뇌물로 공여한 금액 이상의 수익을 납품과정에서 남겨야 하기에 제품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피고인의 행위는 국가기간산업인 원전의 안전성에 심각한 의구심을 야기하는 중대한 범죄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고리·월성원전 등에 보온·보냉재를 납품·시공하는 업체의 대표인 배 씨는 원전 브로커 윤모 씨와 공모, 지난해 8월 부산 고리원자력본부 제2발전소 앞길에서 고리원전 기계팀장 김모 씨에게 공사계약 체결에 대한 사례와 공사수주 청탁을 위해 5000만 원을 전달한 혐의로 기소됐다. 배 씨는 브로커 윤 씨의 청탁으로 17억 원 상당의 보온·보냉재 설치공사를 수주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또 다른 납품업체 대표 조모(47) 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원전에 금속구조물 기계장비 등을 납품하는 조 씨는 지난해 8월 영광원전 기계팀 이모 과장에게 납품계약에 편의를 봐 달라며 1000만 원을 송금한 혐의로 기소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