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간 800억대 피해 등 예상

남해안의 굴 수출 재개 문제가 타결점을 찾지 못하면서 수출 중단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이로 인해 당장 내년 초부터 수출물량이 국내로 몰릴 경우 굴값 하락이 불가피해 어민들의 큰 피해가 예상된다.

19일 농림수산식품부와 굴수협에 따르면 미국 FDA(식품의약국)는 지난 17일 우리 정부에 이 문제와 관련한 공문을 보내 요구사항을 통보했다. FDA는 이 공문에서 남해안 패류 수출 지정해역의 위생 안전을 위한 법제화, 하수종말처리장 고장 때 오염원의 바다 유입 대비책 등을 요구했다. 또 해상 가두리어장의 분변 수거 주기 타당성 조사 결과와 위생교육 자료 등 2개항을 추가, 모두 9개항에 답변하도록 했다. 결국 FDA는 굴 수출 재개의 선결과제인 지정해역 재점검 논의를 배제한 채 추가 요구사항만 통보한 셈이다. 이는 우리 측의 굴 수출 재개를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 측이) 당초 통보하기로 했던 내용이 (공문에) 없어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위생 재점검 일정에 대한 논의가 자꾸 늦춰져 답답하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연내 수출 재개를 기대해 온 어민들은 허탈해 하고 있다. 특히 농수산부가 지난 15일 통영 굴수협에서 가진 설명회를 통해 "수출 재개를 위한 현장점검과 굴 통조림에 대한 '리콜' 해제가 연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던 것과 달라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농수산부는 미국 측의 추가 요구사항에 대한 답변을 이번 주 보낼 계획이지만 수출 재개는 불투명하다. 수출 중단이 길어지면 연간 800억 원대의 피해를 입고, 국내시장에서 굴값 하락을 초래할 전망이다. "굴값이 예년보다 낮은 데다 수출길마저 막히면 업계에 엄청난 경영압박으로 작용해 연쇄도산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달 들어 굴수협을 통한 위판물량은 하루 평균 1만3000박스(1박스 10㎏)이고 가격은 박스당 7만 원 선이다. 이는 예년 같은 기간(하루 평균 9000박스, 가격 10만 원)보다 물량은 40% 이상 증가하고 가격은 30% 하락한 수준이다.

통영, 거제 등의 굴 생산량은 연간 4만 t(3000억 원 규모)이며 이 중 2만5000t은 내수 판매되고 나머지는 냉동굴, 통조림 등으로 수출돼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