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장차 여전… 주민 불편 가중
대규모 아파트 단지 상권을 두고 대기업과 중소 상인이 첨예하게 대립해 아파트 상가 내 대형 슈퍼마켓 개점이 늦어지고 있다. 28일 부산시 등에 따르면 지난 6월 부산 북구 화명동에 5239세대의 화명롯데캐슬카이저가 들어선 후 5개월이 지나도록 단지 내 기업형 슈퍼마켓(SSM)인 롯데슈퍼 개점이 미뤄지고 있다.
롯데슈퍼 입점은 입주 전에 정해졌지만 아파트 단지 주변 유통업체 5곳에서 시에 '사업조정신청' 민원을 넣어 더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사업조정신청은 대기업에 의해 중소기업 등의 경영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있으면 중소기업청이 이에 개입해 대기업에 사업진출 연기나 생산 품목·수량 등의 축소를 명하는 제도다. 이 때문에 시의 권고로 주변 유통업체와 롯데슈퍼 측이 자율로 업무 시간과 상점에 들일 품목 등을 협의했지만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화명롯데캐슬카이저는 48개 동의 대단지 아파트로 상주인구만 2만여 명에 달한다. 이처럼 대규모 상권을 형성한 아파트 단지 내에 롯데슈퍼가 들어서면 기존 고객까지 빼앗길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인근 상인들은 심각한 매출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아파트 단지 내 예정된 대형슈퍼가 들어서지 않자 입주민들은 불편을 겪고 있다. 아파트 입주민 박모(여·29) 씨는 "단지 내에 슈퍼마켓이 하나 있지만 아파트 단지와 비교하면 규모가 작아 살 수 있는 품목이 늘 한정돼 있다"며 "필요한 생필품을 사려면 차를 몰고 근처 마트나 전통시장을 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롯데슈퍼 관계자는 "아파트 주민들과 주변 상인들 항의를 한꺼번에 받고 있다"며 "주변 상인들의 이권을 크게 해치지 않는 선에서 협의 후 입점을 최대한 서두를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입주민들의 불편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 롯데슈퍼 측과 민원을 넣은 업체들과 중소기업청장, 소비자 관련 단체 임원 등 10명이 모인 가운데 사전조정협의회가 열릴 예정이다. 이 협의회에서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관련법에 따라 중소기업청 사업조정심의위원회에서 정한 권고안을 따라야 한다. 시 관계자는 "지금까지 당사자들 간에 이견이 있어 협의가 쉽지 않다"며 "다음 달에 있을 사전조정협의회에서도 명쾌한 결론이 내려질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희박해 보인다"고 말했다.